여의도 사옥 매수선택권 행사한 하나證, 실제 매수 의지는? IB 거점 사수 '분수령'
입력 25.12.17 14:30
공개입찰 앞두고 매수 여부 판단…가격이 최대 변수
재건축 기대에 경쟁 가능성↑, 부담은 하나금융 몫
IB 거점 사수 위한 전략적 선택, 시험대에 오른 하나證
  • 하나증권이 여의도 사옥에 대한 매수선택권을 행사했다. 실제 매수로 이어질지 여부를 두고 IB 거점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하나증권의 전략적 판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라 코람코더원리츠는 공개입찰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며, 하나증권은 입찰 결과를 토대로 매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매입 가격과 그룹 차원의 자본 부담이 최종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코람코더원리츠에 여의도 사옥에 대한 매수선택권 행사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코람코더원리츠는 통지 수령일로부터 2개월 이내 공개입찰 절차에 나서야 한다. 공개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자산 가격을 기준으로, 하나증권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5년 하나증권으로부터 여의도 사옥을 약 43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해당 자산을 편입한 코람코더원리츠는 202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하나증권은 2020년 12월 코람코더원리츠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과 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장에서는 하나증권의 매수선택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며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됐다. 코람코더원리츠가 여의도 사옥 단일 자산 리츠라는 점에서 매각 시 청산 가능성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람코더원리츠 주가는 연초 대비 90% 이상 오르며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하나증권의 실제 매수 여부가 리츠 청산 시나리오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나증권이 굳이 매수에 나서지 않더라도 매수선택권 행사가 손해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공개입찰 과정에서 손바뀜이 일어나면 자금 모집과정에서 주요 임차인인 하나증권이 딜 소싱 측면에서 실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주요 임차인으로 여의도 사옥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손바뀜이 있었고 하나증권이 대출 주선을 서는 등 이를 하나의 딜 소싱 기회로 사용해왔다. 꼭 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하나증권 입장에선 나쁜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의도가 하나금융 IB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증권이 단순한 옵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수 의지를 상당 부분 갖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하나증권과 하나은행 IB 부서가 모두 여의도에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하나증권 내부에서는 여의도 사옥을 중심으로 을지로에 있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의 이전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닌 실사용을 전제로 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을 전제로 한 매수자가 등장할 경우 임차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하나증권의 고민 요소로 거론한다. 

    변수는 역시 가격이다. 해당 부지는 용적률 여유가 있어 재건축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현재 여의도 본사 사옥의 용적률은 약 600% 수준으로, 법정 최대치인 1200%의 절반에 그친다. 

    이 때문에 공개입찰이 진행될 경우 복수의 개발 주체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인근 부지와의 통합 개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투리얼에셋 등 일부 개발 주체들이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된다. 통합 개발이 이뤄질 경우 여의도 내 TP타워에 버금가는 랜드마크 조성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인접 부지와의 통합 개발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며 “한국투자리얼에셋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제약도 부담 요인이다. 이번에 하나증권이 행사한 것은 매수선택권이지만, 실제 매수로 이어질 경우 적용되는 계약 조건상 매수 주체는 하나금융 계열사로, 외부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하나금융이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코람코자산신탁 등 제3자를 매수 주체로 지정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2020년 코람코더원리츠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같은 구조는 적용되지 않게 됐다. 즉, 재무적 투자자(FI)를 폭넓게 끌어들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이에 입찰 경쟁이 과열될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하나금융 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 문제도 고려 요소로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현재 청라에 신사옥을 짓는 데 약 73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 사옥에 추가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안은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과 정영균 부사장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증권이 어느 수준의 가격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다. 여의도 IB 거점 유지라는 전략적 판단과 재건축 기대가 만들어낸 가격 부담,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 문제가 맞물리며 이번 선택은 향후 하나증권 IB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가격에서 어디까지 베팅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