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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식자본시장(ECM)은 IPO 부진 속에서 커버리지 부서의 역할이 유독 부각된 한 해로 평가된다. 거래소 심사 강화와 중복상장 논란이 겹치며 대기업 계열사 IPO가 철회되거나 잠정 중단된 반면, 조(兆) 단위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상반기에는 대규모 유상증자 공시가 잇따랐다.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등이 조 단위 유상증자를 연이어 공시하며 자금 조달에 나섰다. 증자 발표 직후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이후 국내 증시가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며 결과적으로는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강세 흐름을 타며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했다.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로서는 신주 예정 발행가보다 주가가 높은 구간이 유지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단 후문이다.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은 발행가액 대비 현재 주가가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삼성SDI의 발행가액은 14만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29만원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발행가액은 9만6400원으로, 현재 주가는 20만원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발행가액 68만4000원)는 현재 87만원 수준, LS마린솔루션(발행가액2만1350원)은 현재 3만2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상증자의 존재감이 뚜렷했던 만큼, 대기업 커버리지 강호인 NH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한온시스템 등 굵직한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하며 연중 ECM 리그테이블 선두를 지켰다. 특히 1조1000억원 규모의 한온시스템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을 맡으며 2위인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본부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여름에 유례없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집중됐는데, 마침 증시 랠리가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교환사채 발행 결정 규모는 50건, 1조44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전체 발행 규모인 28건, 968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상법 개정 이전에 자사주를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5월까지만 해도 일부 대기업들은 대선을 앞두고 자사주 매각이나 EB 발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발행사뿐 아니라 주관 증권사까지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소각 의무화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속도를 내자,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하반기 EB 수임 경쟁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자사주를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상장사들로부터 현금화 관련 문의가 하루에 수 건씩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반면 올해 IPO 부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평가다. LG CNS 이후 이렇다 할 대형 IPO가 부재했던 데다, IPO 수익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조직을 축소하거나 커버리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증권사들도 늘었다. 대형 딜이 있어야 수익성이 확보되는 구조상, 시장의 관심도 역시 자연스럽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IPO 부서 인력을 커버리지 부서로 이동시킨 사례가 업계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실제로 'IPO 명가'로 불리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IPO 주관 순위가 전년도 1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수익성이 낮은 IPO를 줄이는 대신, 실질 수익이 기대되는 PI(자기자본투자)나 WM, S&T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는 "중복상장 이슈로 빅딜이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올해는 IPO 부서가 수익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지 못한 해였다"고 말했다.
IPO 철회 잇단 한 해…조단위 유증·자사주 EB가 ECM 주도
증시 랠리 타고 유상증자 '골든타임'…커버리지 존재감 부각
자사주 소각 논의에 EB 급증…하반기 증권사 최대 먹거리로
존재감 희미했던 IPO 부서…빅딜 실종에 수익 기여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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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7일 15: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