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논란에 사라진 IPO 대어, '대기업 유상증자' 집중한 NH證 1위
입력 25.12.18 07:00
[2025년 연간 집계][ECM 주관·인수 순위]
조단위 유상증자 줄이은 한 해... 유증이 전체 순위 결정
NH證·한국證이 1·2위…IPO는 KB證이 1위·한국證은 9위
무신사, 케이뱅크, LS에식스솔루션즈 등 IPO 대기 중
  • 올해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은 조단위 유상증자 주관자들이 순위권을 가져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모처럼 조(兆) 단위 유상증자가 잇달은 반면, 중복상장 이슈로 LG CNS 이후 대기업 계열사의 대형 IPO가 멈춰선 영향이 컸다.

    17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4분기 누적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총 4조6151억원을 주관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한국투자증권과는 약 1조5000억원의 격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한온시스템 등 굵직한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한 덕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IPO 14건, 유상증자 11건 등 총 25건의 ECM 딜을 맡았다.

    커버리지 강호로 꼽히는 NH투자증권은 대규모 유상증자 딜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며 연중 선두를 지켰다. 특히 1조1000억원 규모의 한온시스템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하며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는 대기업 계열사의 조 단위 유상증자가 유독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2조9188억원), 삼성SDI(1조6549억원), 포스코퓨처엠(1조1070억원), 한온시스템(1조2000억원) 등 총 4건이 조 단위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반면 조 단위 IPO는 LG CNS(1조1994억원) 한 건에 그쳤다. DN솔루션즈, SK엔무브,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올해 IPO 대어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중복상장 논란과 수요 부진 등으로 상장을 철회한 영향이다.

    IPO 부진의 여파로 'IPO 명가'로 불리던 한국투자증권은 IPO 주관 순위가 전년도 1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IPO 조직을 대폭 축소하며 주관 딜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삼성SDI 등의 유상증자를 주관하며 IPO 공백을 메우고 ECM 전체 2위를 지켜냈다. 

    KB증권은 LG CNS를 포함해 총 11건, 8512억원 규모의 IPO를 주관하며 IPO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IPO 강자로 꼽혀온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을 제친 모습이다. 기존 IPO 강호 하우스들이 IPO에 소극적인 틈을 타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며 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PO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타 하우스들이 조직을 축소하는 사이 KB증권은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IPO 부문에서 7475억원을 주관하며 2위를 기록했다. 올해 IB1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0~30%가량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0월 정통 IB를 담당하는 IB1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성주완 전 IPO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IB부문 대표를 맡았다.

    신한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7000억원대 ECM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순위 5위와 6위에 올랐다. IPO 주관 4위를 기록한 삼성증권은 연초 세웠던 리그테이블 순위 제고 목표에는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다.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IPO가 상장을 철회한 탓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특성상 대기업 계열사 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라는 점은 한계라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SDI 유상증자와 LG CNS IPO에 참여하고, 중소형 기업 IPO를 고르게 맡으며 중위권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무신사, LS에식스솔루션즈, 케이뱅크 등이 상장 채비에 나서며 올해의 IPO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와 시장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