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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Ford Motor Company)와 체결했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3년여를 앞두고 전격 해지됐다. 글로벌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정책 환경 변화가 장기 수주 계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7일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해지된 계약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유럽 지역에 총 75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0월 체결 사실을 공시했던 건이다.
이번 계약 해지에 따른 추정 해지 금액은 9조6030억원으로, 이는 2023년 말 연결 기준 최근 매출액의 약 28.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금액은 계약 체결 당시 기준 배터리 판가를 적용해 산정된 추정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지 사유에 대해 "최근 정책 환경 변화와 전기차 수요 전망 변화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일부 EV 모델 생산 중단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계약 해지 통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지일자는 포드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12월 17일이다.
이번 계약은 체결 당시에도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유보기한(2032년 말)까지 비공개로 설정할 만큼 전략적 성격이 강한 장기 공급 계약으로 분류됐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수시공시 기준 금액 이상"이라며 계약 규모만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EV 투자 속도 조절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축소, 정책 불확실성, 소비 둔화가 맞물리며 중장기 수요를 전제로 한 배터리 공급 계약의 가시성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도 EV 수요 부진과 정책 변화 영향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와 소형전지 출하 확대, 비용 절감 효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미국 전기차 구매보조금 종료 이후 EV 수요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정책 환경 변화·EV 수요 둔화 속 장기 공급 물량 불확실성 확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7일 18:1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