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 부담이 커진 제약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고 있다. 차입 규모가 늘어나며 기업이 보유한 생산시설은 물론 최대주주의 지분도 매각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쓸만한 생산시설이 없는 곳들은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워 회생 절차도 밟고 있다. 매각을 원하지만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는 기업에 대해선 "부도를 기다리겠다"는 말도 나온다.
부광약품은 최근 한국유니온제약을 인수하기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부광약품은 OCI홀딩스를 모회사로 둔 국내 제약사다. 한국유니온제약은 늘어나는 부채 부담에 그동안 회생 절차를 밟았으며, 향후 이어지는 공개매수에서 부광약품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광약품이 무리 없이 한국유니온제약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은행 등이 투자했던 한국코러스도 실적 악화에 공장을 매각하려다 지난 8월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 전 ARS 단계로 영업양수도를 추진하고 있으며, 몇몇 기업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은 상황이다.
이외 신라젠이 우성제약을, 킵스파마(옛 케이피에스)가 한국글로벌제약을 각각 인수했고, 동성제약은 회생 절차 과정에서 올해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제약사가 아닌 의료기기업체, 바이오 기업들도 보유 자산을 내놓은 기업이 적지 않다.
M&A 시장에서는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이 환영받는 분위기다. 상위 제약사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제조 역량이 있는 제약사를 찾기 어려워서다. 앞서 한국유니온제약, 한국코러스 등도 공장을 앞세워 인수자를 찾아왔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이나 지분을 내놓은 중소형 제약사 중 제조 역량이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라며 "제품만 가지고 있다면 상위 제약사와 품목도 겹쳐 인수 매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공장을 보유한 제약사를 찾는 문의는 꾸준하다"라며 "오히려 공장이 있는 기업이 적어 시장에 나오는 족족 소화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빠르게 제조 역량을 키우려는 중소형 제약사들이 이런 기업을 꾸준히 찾는 분위기다.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성장해 제조 역량은 부족하거나 보유한 공장 규모가 작은 기업이 해당된다.
이는 제약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GC녹십자도 올해 이니바이오를 인수하며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공장을 한번에 확보했고, 바이오 기업들도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인수를 택한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했던 자산이나 지분을 매각하려던 기업들은 통상 경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수자가 이를 함께 떠안아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대다수가 적자 기업인 데다, 몇몇 기업들은 회생 절차도 밟고 있어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부도가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돈다.
현재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R&D 센터를 새로 짓다 무리하게 차입 부담을 키운 곳들이 많다"라며 "경영 상황이 좋지 않으니 '부도가 난 후 사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부광약품, 회생절차 밟는 유니온제약 인수 타진
한국코러스·동성제약은 공장·사옥 매각 추진
인수자 찾는 제약사 많아도 M&A 성사율은 낮아
공장 보유한 곳 인기…'만성적자' 실적은 부담
한국코러스·동성제약은 공장·사옥 매각 추진
인수자 찾는 제약사 많아도 M&A 성사율은 낮아
공장 보유한 곳 인기…'만성적자' 실적은 부담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