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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한 NH투자증권이 대규모 실권주를 인수하게 됐다. 일반공모 청약이 부진하면서 실권 물량 대부분을 주관사가 떠안게 된 것이다. 인수 물량 규모를 감안하면 NH투자증권은 지분 구조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앤컴퍼니에 이은 3대 주주에 해당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한온시스템은 24일과 26일 이틀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일반공모로 모집한 금액은 약 2000억원 규모였으나, 26일 오후 4시 청약 마감 기준 청약증거금은 약 79억2000만원에 그쳤다. 청약증거금률이 100%로 설정된 점을 고려하면, 미달분 약 1807억원 상당의 실권주를 단독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모두 인수하게 된 셈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한온시스템은 보통주 3억475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구주주(지난달 14일 기준)를 대상으로 보유 주식 1주당 신주 약 0.4주를 우선 배정한 뒤, 지난 19∼22일 구주주 청약을 실시했다.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지분율 54.77%)는 배정 물량 전량인 1억5229만3930주(전체 신주 발행 물량의 약 43.8%)에 대해 청약에 참여했다. 반면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21.63%)는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사주조합 및 구주주 대상 청약률은 80.82%에 그쳤고, 약 20%에 해당하는 6665만6829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조 단위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청약률이 80% 수준에 머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2025년 진행된 1조원 이상 유상증자였던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의 우리사주·구주주 청약률은 각각 약 101.96%, 99.59%, 97.67% 수준이었다.
일반공모가 부진했던 배경으로는 유상증자 발행가액과 본주 가격 간 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이번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2830원으로, 한온시스템 주가가 3000원 안팎에서 형성되며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은 유상증자 공모 진행 중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1차 발행가액 3480원에서 최종 발행가액 2830원까지 낮아졌다. 발행가는 기준주가에 할인율 15%를 적용해 산정됐다.
이번 딜은 NH투자증권이 사실상 손실을 봤다는 평가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실권수수료가 설정되지 않았고, NH투자증권이 받는 인수수수료는 모집총액의 0.4%인 약 3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약 1807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인수한 뒤 주가가 발행가액 아래로 하락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물량을 정리할 경우 손실 규모는 인수수수료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권주를 모두 인수할 경우 NH투자증권의 지분율은 약 6%대로 높아지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앤컴퍼니에 이은 3대 주주에 해당하는 수준이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주관사가 해당 지분을 장기간 보유할 가능성은 낮고, 장내 매도나 블록딜 등을 통해 물량을 정리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보통 대규모 실권이 발생하더라도 주관사가 실권수수료를 통해 손실을 일부 상쇄하는 구조인데, 이번 딜은 단독 주관으로 진행되며 실권수수료가 설정되지 않았다"며 "결국 NH투증이 인수한 물량은 시장에 다시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연말 수급 부진과 우리사주조합 실권 영향으로 실권주가 발생했다"며 "실권주 처분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주주·우리사주 청약률 80.82%… 실권주 6600만여주 발생
일반공모 2000억원 모집 실패, NH투증 약 1807억원 인수
실권수수료 없는 구조… 인수수수료는 39억원
3대 주주 되는 NH투자증권, 장내 매도·블록딜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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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26일 14: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