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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초부터 증시 주도 업종은 단연 방산·조선이었다. 주가는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하반기 들어 다소 숨고르기 하는 모습이었지만, 방위산업을 둘러싼 주가 방향성에는 여전히 시장 관심이 높다.
연초부터 12월 말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1%, LIG넥스원은 64%, 한국항공우주는 104% 뛰었다. 현대로템은 262% 상승했다.
특수선 모멘텀이 강하게 부각된 조선사 두 곳도 주가는 고공행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연초 대비 84%, 226% 올랐다.
2025년도 방산 빅4 기업의 합산 수주 잔고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의 올해 연간 영업익도 사상 최초로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체결된 대형 수주건으로는 현대로템의 폴란드향 K2 전차 수출 2차 계약이 있었다. 한화 약 9조원이 넘는 대형 수주건으로, 시장에서 2023년도부터 기다려온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에스토니아 천무 수출 등이 수주잔고를 채웠다.
특수선 분야가 눈의 띄는 대형 조선사들도 성과를 이뤘다. 한화오션은 윌리 쉬라호와 유콘함, 찰스 드류함까지 3건의 미 해군 MRO 사업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USNS 앨런 셰퍼드 MRO 사업을 따내며 미 해군과의 접접을 늘렸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방산기업들의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130만원으로 올려잡았다. BofA는 목표가를 대폭 상향해 16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증권사 기준 현대로템은 30만원선, 한국항공우주는10만~13만원선, LIG넥스원은 50만~74만원선에서 목표주가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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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방산주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주요 기업들의 폴란드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내년에는 비폴란드향 수주가 더 늘어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도 상승 동력은 여전히 클 것으로 판단한다"며 "군비지출이 본격화하는 단계이고, 군사적 긴장감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 유럽의 군비 투자 확대 계획에 맞춰 한국 방산 업체는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 성장성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로 자리 잡으면서 방산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문제점으로는 경쟁 심화가 꼽힌다.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단 것이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단순 직수출보다는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현지 생산, 공동 프로젝트 형태의 사업이 늘어나는 흐름도 예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에 신규 법인을 세웠고,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JV)을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KAI도 EDGE그룹 산하 플랫폼앤시스템(Platforms and Systems)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으며, LIG넥스원은 UAE 방산업체 칼리두스와 합작법인(JV)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기대되는 큰 수출건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조 단위의 스페인 자주포 사업, 루마니아 차세대 레드백 장갑차 사업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기대된단 목소리가 많다.
내년엔 대통령도 방위산업 수출에 힘을 싣는데 이 또한 기대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주요 외교 테마로 방산업을 내세웠다. 정부는 방산 수출과 관련해 대상국을 21개국을 추려 현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장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의 해외 방문 소식만으로 방산 관련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고위 관계자의 순방은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해석되는 데다, 국내 방산 기업들이 상대국의 정책 결정권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방산업이 우주 섹터의 모멘텀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페이스X의 상장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등 대형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우주 관련 매출 비중이 단기간에 급증하지는 않더라도, 산업 전반의 성장에 따라 구조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이 방산업종이라고 짚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스페이스X 상장의 수혜를 보기 위해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가 위성·발사체 등 우주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특수합금, 소재 등 우주 산업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기업, 그다음이 방산 기업"이라고 했다.
조선업종 역시 미국발 특수선 모멘텀으로 상승 여력이 남았단 평가다.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공식화하며 호위함 건조를 한화그룹과 함께하겠다고 하자 한화오션 주가는 한 달간의 낙폭을 하루 만에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계 증권사 CLSA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대해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각각 17만1000원, 84만7000으로 내놨다.
올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방한 일정과 맞물려 크게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다. APEC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조선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증권업계에선 실제 방문 성사 여부뿐 아니라 방문지가 울산이 될지 거제가 될지를 두고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미국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조선업종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가 조선업 연구원은 "최근 들어 주가가 주춤했는데 수급적인 면도 있었지만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영향이 있다. 이 탓에 기관투자가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내년 전반적인 흐름으로 보면 미국발 LNG선 발주 물량에 대한 소식이 남았고, MASGA와 관련한 추가 소식이 나올 때마다 조선업종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호주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며 미국 특수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HD현대그룹 역시 헌팅턴잉걸스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미국 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나스코 조선소와의 협력 계획을 내놨다. 나스코 조선소는 미 해군 군수지원함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현지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방산주, 비(非)폴란드 수주·현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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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조선사들도 "MASGA發 상승 여력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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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