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파트너십 두드러진 K-바이오…비만·항암 테마는 유효, 中기업 부상은 변수
입력 25.12.31 07:00
에이비엘·알테오젠 등 기술거래로 주가 급등
2026년 기술 중심 바이오社 주가 상승 기대↑
트렌드는 여전히 비만·항암…관련 기업 주목
中 기업 약진…빅파마 파트너십 가능성 커져
  •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연말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을 모아 구성된 KRX 헬스케어 지수는 올해 12월 한 달 새 5%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고점 대비 내렸을 뿐, 지수는 연초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상승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모험자본 공급 기대가 커지며 증시에 훈풍이 불었고, 여러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이 연말 기술이전 성과를 쏟아내며 주가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장 올해 11월 일라이 릴리와 4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린 에이비엘바이오는 연초 2만원대였던 주가가 18만원으로 솟았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2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 50만원대를 기록했다.

    새해에도 기술이전 기대감은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바이오 중소형사,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를 발표하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입증했고, 빅파마가 통상 연말, 연초 성장 전략 발표를 앞두고 기술이전을 활발히 검토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벌 빅파마 중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 만료를 앞둔 곳들이 상당한 탓에, 2026년 중 넥스트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할 만한 신약 후보물질을 검토하거나, 이를 보유한 기업들을 사들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블록버스터 제품의 방어와 향후 성장 전력을 제시하려는 기업들의 인수와 기술 거래 활동이 활발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중소형 바이오 기업의 주가 흐름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한도 상향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율 상향 등 코스닥 상장사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구축되고 있는 점도 바이오 기업 주가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바이오를 비롯한 미래성장산업에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호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 출범과 모험자본 투자가 의무화되는 종합투자계좌(IMA)로 인한 수급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美 공장 확보로 관세 대응 일단락

    코스닥 상장사뿐 아니라 바이오 대형사도 증시 훈풍에 올라탔다.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초 137만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168만원까지 올랐다. 대형 수주 공시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고, 인적분할 직전 주가는 장중 180만원대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다소 하락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성장률과 수익성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생산역량, 수주 규모를 꾸준히 늘리면 기업 가치는 오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반면 셀트리온은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반복해도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 신약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안착이 늦어지며 투자자를 중심으로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다만 미국 처방 건수가 점차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부과할 관세 정책이 어느 정도 정리된 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미국 시장이 무대인 바이오 대형사들의 경영 활동에 긍정적이다. 두 기업은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 공장도 각각 마련한 만큼 향후 발생할 위험 수준을 낮췄다는 평가다.

    비만·항암 인기…中 부상도 주목

    새해에는 비만, 항암 등 주요 테마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올해부터 한미약품, 디앤디파마텍을 비롯해 비만과 관련한 신약 후보물질, 혹은 기술 개발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결과를 공개하는 족족 주가가 올랐다.

    2026년 1월 미국에서 열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주요 테마들과 관련한 발표를 진행할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어지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굵직한 학회에서 R&D 결과를 공개하는 기업에도 눈길이 쏠리긴 마찬가지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비교해 어떻게 경쟁력을 입증할지도 관건이다. 통상 JP모건 행사는 미국, 유럽 등지의 기업들이 많이 초청받지만, 2026년 JP모건 행사에는 가장 핵심적인 발표로 꼽히는 메인트랙에 중국 기업이 여럿 발표자로 나선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메인트랙 발표에 초청받은 비서구권 제약사는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유이하다"라면서도 "이번 JP모건 메인트랙에 중국 기업이 여럿 초청돼 빅파마와의 기술거래, 인수합병(M&A)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