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3대 주주 된 NH證, 실권주 어쩌나…'관계형 딜' 시험대
입력 25.12.31 07:00
일반공모 미달로 실권주 1807억원 인수
지분율 6.22%… 단숨에 3대 주주로
실권수수료 부재, 오버행 우려에 출구 전략 부담
장내 매도·블록딜 가능성 거론
  •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한 NH투자증권의 향후 지분 처리 방안이 증권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단독 주관의 배경으로 한온시스템과의 오랜 거래 관계가 거론되는 가운데, 고객 관계와 평가 손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의 실적 전망이 밝다면 실권주 물량이 큰 부담이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현 상황은 '오버행'(물량부담) 부담이 더 클 거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IB사업부에서 활용해야하는 투자한도(북;book)를 감안하면 빠르게 매각하는 편이 좋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 유상증자 일반공모 미달로 약 1807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인수하게 됐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2월 24일과 26일 이틀간 일반공모를 진행했으나, 수요가 크게 부진했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2830원으로, 12월 26일 종가(2960원)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투자 매력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1조원 규모의 대형 딜임에도 NH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서는 통상 실권 리스크 분담이나 커버리지 관계를 고려해 복수의 증권사가 주관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삼성SDI(1조6549억원) 유상증자에는 NH·KB·한국·신한·미래에셋증권 등 5곳(삼성증권 모집주선)이 주관사로 참여했고, 포스코퓨처엠(1조1107억원) 유상증자 역시 NH·KB·한국·키움증권 등 4곳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에 나선 배경으로 한온시스템과의 밀접한 관계를 거론한다. 한온시스템의 공모채는 NH투자증권이 사실상 전담해 발행해 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경영권 이전이 되기 전부터 한온시스템 및 이전 최대주주였던 한앤컴퍼니와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며 상당한 '딜 레코드'를 쌓아온 것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 실권주 전량을 인수한 NH투자증권의 유상증자 후 지분율은 약 6.22%로, 3대 주주에 등극했다. 증권사가 고유자금으로 고위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늦지 않은 시점에,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주가 충격을 줄이는 출구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보유 지분을 장내에서 나눠 매도하거나, 할인된 가격에 블록딜로 처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12월 29일 기준 한온시스템 주가는 3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2830원, NH투자증권이 이번 딜을 통해 받는 인수수수료는 약 39억원이다. 실권수수료가 없는 구조인 만큼, 인수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발행가를 웃도는 가격에서 지분을 정리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의 대규모 보유 물량 자체가 오버행으로 작용하는 만큼,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장기간 우하향 흐름을 보여왔다.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수익성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하반기 들어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해 오다, 근래 들어서야 해당 항목을 비용 처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과거 사례도 시장의 경계감을 키운다. 2017년 현대상선(현 HMM) 유상증자 당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량 실권주를 인수한 뒤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밝혔으나, 주가가 발행가를 회복하자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블록세일로 대규모 물량을 처분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논란이 됐고,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이 한온시스템과의 오랜 관계를 감안해 단독 주관에 나선 관계형 딜로 볼 수 있다"며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가 실권주 매도로 손실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향후 지분 처분 방식과 시점이 한온시스템 주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