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들어간 SK그룹의 FI 유치…"수익 보장은 없다"
입력 26.01.02 07:00
리밸런싱 중 투자유치 거래 잇따라
대부분 확실한 수익 보장 조건 없어
'파이낸셜 스토리' FI 거래 반면교사
안정성 높은 거래에 투자 수요 많아
  • SK그룹이 사업 구조를 조정(리밸런싱)하는 과정에서 다시 외부 자금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수년 전 재무적 투자자(FI)를 동시다발적으로 유치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FI에 후한 수익 보장 조건을 줬다가 그룹 전체가 고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최근 투자유치 거래들은 보수적인 기조에서 진행되고 있다.

    새해 초 SK가스와 SK케미칼이 추진 중인 발전사업자(울산GPS·SK멀티유틸리티) 소수지분 매각 거래의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인수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신주가 아니라 구주매각 방식이다 보니 회수 조건을 짜는 것이 녹록지 않은 거래다.

    SK그룹 측에서는 새 투자자에 별도의 회수 조건을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FI는 파트너로서 사업을 함께 키워서 오랜 기간 배당을 받는 방안 등을 꾀해야 한다. 안정적 자산이긴 하지만 하방 위험이 확실히 막힌 것은 아니다. 최근 완료된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거래와도 비슷하다.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울산 AI데이터센터 사업의 FI를 유치하는 작업도 연초 본격화된다. 데이터센터 지분 50% 미만을 팔아서 조단위 사업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에 강점이 있는 KKR, 브룩필드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거래 역시 SK그룹에서 확실한 수익 보장 조건을 얻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 기간 산업에 준하는 특수 자산이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어렵고, FI에 경영권이 넘어갈 위험이 있는 장치를 둘 수도 없다. 먼저 투자를 검토했던 북미 지역 연기금들도 이런 부담 때문에 일찌감치 발을 뺐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최근 IMM크레딧앤솔루션에서 3000억원을 유치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거래임에도 보장 수익률은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거론된다. 중복상장 부담에 IPO 추진도 쉽지 않다. 대신 향후 사업 회복 시 회사를 팔아 SKC와 FI가 수익을 공유하는 회수 구조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최근 SK그룹에서 진행되는 거래들은 FI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데 인색한 모습이다. 투자 구조 및 회수 방도는 알아서 마련하라는 인상이 강하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 수년간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운 확장 전략을 폈다. 그 과정에서 여러 FI를 유치했으나 경영 판단 착오로 결론 난 사례가 많았다. SK온, SK에코플랜트 등의 FI에 후한 보장 수익률을 안겼으나 사업 성과는 아쉬웠다. 리밸런싱 과정에선 걸림돌이 됐다. 11번가 FI와의 갈등은 SK그룹의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11번가 사건 이후 SK그룹 관련 거래에선 수익률 보장 조건을 얻어내기 어려워졌다"며 "FI들도 투자자로 참여해 같이 부대끼며 회수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보수적인 기류로 돌아섰음에도 최근 진행되는 FI 유치 작업들은 순항하고 있다. 예전엔 '꿈을 먹는' 거래가 많았다면 최근엔 인프라 성격의 '안정적인' 거래가 많다. 초기 사업성 추정이 어려운 거래도 있지만 크게 업황이 꺾이고 투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율 고공행진에 외국계 투자사들이 참여하기도 좋은 상황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그룹에서 수익 보장을 얻어내기 어려워졌음에도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려는 잠재 투자자들은 꽤 많은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