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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면서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단기적인 외환손익 변동을 넘어, 환율 상승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과 자본 운용 여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환율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변화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 해외·파생 영업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439원으로 마감됐다. 1480원을 넘어섰던 지난 23일 고점 대비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방향성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단 평가다. 이에 시장의 시선은 내년을 향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400원대로 제시하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단기간에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환율 상승은 증권사의 외환손익 변동성을 키운다.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 파생상품 포지션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분기 실적에서 외환거래 손익의 변동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외환손실이 곧바로 실현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외화 포지션은 헤지 거래가 병행돼 있어, 회계상 손익과 실제 경제적 손익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손익보다 건전성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환위험액과 외화자산 관련 신용위험액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NCR을 압박한다. 특히 외화부채 비중이 있거나 파생 거래 규모가 큰 증권사일수록 환율 변동에 따른 NCR 민감도가 높아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환손익은 헤지로 어느 정도 관리가 되지만, 환율이 오르면 위험액이 커지면서 NCR이 먼저 흔들린다"며 "자본 대비 사업 규모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은 증권사 규모에 따라 체감 온도가 다르다. 자기자본이 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증권사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과 건전성 충격을 비교적 흡수할 여력이 있다. 해외 법인의 원화 환산 효과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완충 장치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환율 급등의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영업 규모가 작고 환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제한적인 만큼, 환율 상승은 손익 변동성과 NCR 하락 압력으로 동시에 작용한다. NCR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레버리지 운용이 위축되고, 파생·해외 관련 신규 비즈니스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환율이 오르더라도 버틸 체력이 있지만, 중소형사는 NCR이 먼저 걸리면서 레버리지 운용이나 신규 사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같은 환율 환경에서도 부담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채권 투자, 파생상품 운용, 외화 차입 구조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기 환율 변동을 전제로 한 전략에서 벗어나, 1400원대 환율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자본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판단이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파생 영업에서 요구되는 자본 부담을 재산정하거나, 외화 포지션 규모를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환율은 더 이상 외환 트레이딩 부서만의 변수가 아니란 평가다. 고환율 환경이 장기화함에 따라 증권사의 자본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파생 영업을 포함한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 전반이 재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트레이딩 변수'였던 시절엔 부서 단위 대응으로도 버텼지만, 이제는 '자본 변수'가 됐다"며 "NCR과 연결되는 순간 해외·파생 비즈니스는 성장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익보다 NCR…환율, 트레이딩 이슈에서 '자본 이슈'로
손익은 헤지해도 자본 부담은 불가피…위험액 커지는 구조
대형사는 '완충장치', 중소형사는 '체력전'…레버리지·신사업 제약
외국계 IB도 "1400원대 뉴노멀"…전략 가정 바뀌는 국면이란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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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