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조 단위 '대어' 판 열릴까…중복상장 논란은 변수
입력 26.01.05 07:00
지난해 공모 1조원 이상 IPO는 LG CNS 한 건
SK엔무브, 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 철회 이후
LS에식스·SK에코·한화에너지·HD현대로보 등
거래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판 열릴' 변수
  • 중복상장 논란으로 대형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좌초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조 단위 대어들이 공모시장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내 증시 입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가 마련 중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향방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조 단위' 상장 후보로는 LS에식스솔루션즈와 케이뱅크를 비롯해 무신사, 한화에너지, 구다이글로벌, HD현대로보틱스 등이 꼽힌다.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HD현대로보틱스는 상장 후 기업가치로 8~10조원까지 거론될 만큼 기대감이 크다. 

    눈에 띄는 점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다시 IPO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현재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고, 기업가치 8조원대가 거론되는 HD현대로보틱스는 이달 중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상장 시점 조정에 실패할 경우 계약상 올해 하반기까지 상장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절차를 멈췄던 한화에너지 역시 연내 상장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복상장 논란에서 자유로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10조원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형 로레알'을 내세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구다이글로벌 역시 유가증권시장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이달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있다. 조선미녀·티르티르·스킨1004·스킨푸드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구다이글로벌 역시 기업가치 10조원 수준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분야에서도 상장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업스테이지의 기업가치는 2~3조원 수준이 거론된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뤼튼테크놀로지 등 다른 AI 기업들도 상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형 IPO 후보군이 두터워지며 공모시장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긴 IPO는 LG CNS 한 건에 그쳤다.

    이 배경에는 중복상장 논란의 확산이 있었다. 지난해 초 LG CNS 상장을 계기로 지주사 할인과 계열사 중복상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6월에는 SK엔무브가 중복상장 논란 속에 상장을 철회하면서 논란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CNS는 IPO 과정에서 "물적분할 회사가 아니어서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 지주사 디스카운트 심화를 지적하는 시각이 확산되며 논란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후에는 SK엔무브가 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는 SK엔무브에 기존 주주 보호 방안을 요구했으나 SK엔무브는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SK이노베이션이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되사들이며 상장은 무산됐다.

    SK엔무브 상장 철회 이후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던 대기업 계열사들과 주관사들은 일제히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주관사를 선정했던 한화에너지는 준비를 멈췄고, 주관사 선정 단계였던 SK플라즈마 역시 속도를 늦췄다.

    현재 시장의 시선은 사실상 첫 '대기업 상장 타자'가 될 LS에식스솔루션즈로 옮겨졌다. LS에식스솔루션즈가 지난해 11월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얼어붙었던 대기업 계열사 IPO에 다시 기대감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위기다. LS그룹 차원에서 중복상장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고,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강한 추진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S에식스솔루션즈를 시작으로, 올해 대기업 계열사들의 성공적인 상장은 사실상 한국거래소가 준비 중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중복상장 여부는 내부 기준과 정성적 판단에 따라 심사돼 왔지만, 논란이 반복되면서 정의와 판단 기준을 규정에 담으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거래소는 세칙 개정 여부를 검토 중이며, 금융위원회 재가를 거쳐 올해 1분기 중 가이드라인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이드라인에서 중복상장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상장을 대기 중인 다른 대기업 자회사들의 향방도 가려질 전망이다. 한화에너지와 SK에코플랜트가 예비심사 청구를 저울질하고 있고,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LS에식스솔루션즈가 무난히 증시에 안착하고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보다 명확해질 경우 대기업 계열사들의 IPO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처럼 10조원대 가치가 거론되는 기업까지 가세하면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