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가족회사로 '금가분리' 우회하는 미래에셋…코빗 인수 시너지 증명할까
입력 26.01.05 07:00
미래에셋컨설팅이 코인거래소 '코빗' 인수 추진
박현주 회장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 의지 높아
금가분리 '원칙'은 피할 듯…국회 논의도 급물살
인수 성공 시 제도 제약 속 시너지 증명은 과제
  •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 주체로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가상자산 분리(금가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를 짠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도권 금융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과 시너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어떤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지분 60.5%)와 2대주주 SK플래닛(31.5%)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 규모를 1000억~1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부터 적용된 이른바 ‘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은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거나 매입·담보 취득·지분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지도다. 이번 코빗 인수 주체로 미래에셋그룹 내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우는 것도 금가분리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호텔 운영 등을 영위하는 사실상 부동산 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분 48.49%를, 박 회장의 배우자인 김미경 씨가 10.15%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7%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금가분리’ 이슈에 대해 과거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가 고려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비금융사의 인수는 법적으로 금가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가분리를 근거로 인수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는 ‘금가분리’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금가분리’ 원칙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내년 국회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금융사와 디지털자산 기업 간 결합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는 가운데, 제도적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두나무 합병 가능성,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추진 등 이슈가 잇따르면서 관련 논의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코빗 인수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가상자산 사업 확대와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이전부터 디지털 자산과 웹3(Web3) 분야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지며, 미래에셋그룹 역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 눈높이 차이 등으로 해외 거래소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고, 매각설이 이어져 온 코빗으로 인수 대상이 선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때 거론됐던 고팍스는 지난 10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인수됐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운용자산 1000조원 돌파’ 기념 행사에서 “웹3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금융 혁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래에셋은 올해 정기 인사와 함께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 ‘미래에셋 3.0’ 전략을 공개했으며,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디지털 월렛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높아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과 디지털 부문에 가장 공을 들여온 분위기”라며 “글로벌 차원에서는 인도의 쉐어칸(리테일 증권사) 인수 등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쉐어칸을 중심으로 한 인도 시장을 미래 성장 축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디지털자산 관련 투자 기회도 모색해왔다”고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눈독을 들이는 배경으로는 신사업 확장 전략이 거론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 역시 코빗 인수를 통해 디지털 자산으로의 사업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코빗 인수는 당장의 실적 개선이나 거래소 경쟁력 강화보다는,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포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금가분리 원칙을 둘러싼 제도 환경이 어떻게 재편되느냐다. 전통 금융사와 디지털 자산 기업 간 결합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움직일 경우, 미래에셋의 이번 선택은 선제적 베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제도 변화가 지연된다면 코빗 인수가 상징적 자산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코빗은 2013년 국내 최초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로 출범했지만,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경쟁 거래소에 밀리며 존재감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0.7% 수준으로, 최근 7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도 1% 안팎에 그치면서,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의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향후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다른 금융사들의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 사례를 보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연계된 예·적금 사업이 주요 시너지로 거론돼 왔다.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의 국내 출자자 가운데 최대 지분을 보유한 JB금융그룹의 경우, 은행 계열사를 통한 수신 기능과의 결합 가능성이 투자 배경으로 언급돼 왔다. JB금융그룹은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을 통해 해당 투자를 단행했고, 최고경영진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거래소 사업에서 일정 수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짠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가 가상자산 영역에서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은 스테이블코인과 연계된 예·적금 모델”이라며 “수신 기능을 갖춘 은행 계열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구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