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새해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겉으로 드러난 새해 경영 화두는 ‘생산적금융’과 ‘소비자보호’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성격이 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금융지주 스스로가 직면한 수익구조 전환의 압박과 감독 리스크 관리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의 공통점은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기업대출·투자금융(CIB)으로 자금 흐름을 옮기되, 동시에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리스크를 통제할 내부 장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책 대응과 수익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정보보호와 생산적금융을 축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기존 정보보호부를 준법감시인 산하로 이관하고 사이버보안센터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을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는 CIB 기능을 강화한 ‘CIB 마켓 부문’을 신설하고, 은행에는 생산적금융을 전담할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기업대출과 투자금융 확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커질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보다 생산적금융에 방점을 찍었다.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단’을 출범시켜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기업금융·투자 기능을 통합 관리한다. 신한은행 여신그룹 내에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고,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기반의 ‘종합금융운용부’를 통해 기업 대상 투자·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여신 확대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자금 배분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엮겠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은 조직 재편의 무게중심을 ‘구조 개편’에 두었다. 기존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나눠 기능을 세분화하고, 별도로 ‘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했다. 여기에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만들어 소비자보호본부와 ESG본부를 함께 편제했다. 수익 창출과 감독 대응을 한 축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우리금융 역시 생산적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은행 IB·기업그룹 내에 투·융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10대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았던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처럼 올해 금융지주 조직개편이 생산적금융에 집중된 배경에는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쏠린 자금 흐름을 제어하는 한편, 기업·산업 금융으로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규제 강도가 높은 가계·부동산 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과 투자금융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기업금융·투자 관련 규제 완화 논의가 병행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는 더 이상 선언적 구호에 그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소비자보호 기조는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감독 당국의 실행 강도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민원을 직접 챙기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검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금융지주로서는 조직 차원의 대응 없이는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한 환경이 된 셈이다.
특히 최근 증시 활성화 기조 속에서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면서, 불완전판매와 민원 발생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업금융과 투자 확대가 곧바로 감독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생산적금융 확대와 소비자보호 강화는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라, 동시에 관리해야 할 과제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금융지주 성과 평가의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순 이익 규모보다는 기업대출·투자에서의 성과와 함께, 소비자 민원과 금융사고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했는지가 핵심 평가 요소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금융은 정부의 핵심 정책 아젠다이고, 소비자보호는 감독당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라며 “금융지주 입장에선 두 영역에서의 성과가 새해 농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순응 넘어 수익구조 전환 시험대
기업금융·감독 리스크가 성과 가른다
기업금융·감독 리스크가 성과 가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