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에도 해 넘긴 조선 매물들…몸값 현실화해도 설비·노무 등 고민 여전
입력 26.01.06 07:00
호황기에 나온 조선 매물들
노조·인허가가 남은 숙제로
고점 대비해 몸값 내려와도
FI가 인수하려면 변수 많아
  • 조선·기자재 매물이 연달아 M&A 시장에 등장했다. 조선업황이 호황기를 맞이하자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던 주주들이 움직인 결과다. 다만 지난 연말까지 거래가 종결된 건은 거의 없었다. 상장사는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협상에 걸림돌이 됐고, 일부 거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노조와의 조율이 매각의 마지막 문턱을 높였다. 

    조선사에 선미재를 공급하는 현대IFC는 거래 종결 시점이 밀리고 있다. 매도자 현대제철 측은 지난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베일리PE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올해 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했지만 새해로 일정이 밀리게 됐다. 노조가 고용 불안을 이유로 반대하며 협상이 길어졌다.

    노조 측의 반발 끝에 현대제철은 일정 기간 공동 경영을 유지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우리-베일리PE 컨소시엄도 전향적인 고용 승계 안을 내놓으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은 현대IFC 인수를 위해 프로젝트 펀드를 모집 중에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과 투자자 간의 협의는 상당 부분 진행이 완료됐다"며 "원래 12월 말 SPA체결이 목표였지만 늦어도 새해 초에는 계약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SK오션플랜트 매각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9월 디오션자산운용을 우협으로 선정했으나, 고성 지역 노조와 지자체의 반발이 발목을 잡았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부담이 커졌다. 디오션 측 관계자들은 조선소가 위치한 고성 지역에 상주하며 노조와 지역 사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거래 종결을 위해 남은 절차들도 지속해 나가겠단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추후 인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변수다. 지역 사회 이슈가 리스크로 부각되자, 주요 출자 참여를 검토하던 일부 투자자가 결국 발을 뺐다. 디오션 측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오겠단 입장이지만 아직 뚜렷한 카드를 마련하진 못한 상태로 파악된다. 자금 조달이 순항하더라도 방산 인허가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거래 종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부담으로 매각에 난항을 겪었던 회사들의 경우 새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들 역시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를 추진할 경우 노조 혹은 지역사회 반발 가능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단 우려가 있다.

    지난 7월 매물로 나온 현대힘스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기대감이 겹치며 주가가 치솟았다. 반면 원매자들은 부담을 느꼈고, 매도자 제이앤PE는 블록딜로 몸집을 줄였으나 결국 우협 선정도 못 한 채 연말을 맞았다.

    업황 회복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며 몇몇 전략적 투자자(SI)와 FI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높아진 몸값에 협상에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엔진도 치솟은 주가가 매각 발목을 잡았다. 유암코는 당초 경영권 지분 통매각을 고려했으나 매각 전략을 조정해 여러 차례 블록딜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했다. 잠재 원매자의 부담은 낮췄는데 여전히 높은 매각가로 인해 인수 후보군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슈퍼사이클이라고 해도 인력·자재 수급, 설비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무작정 몸집을 키우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작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해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 국내에서 M&A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SI가 늘고 있다. 과거만큼 공격적인 인수 수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마스가 수혜 조선소로 꼽혀온 케이조선 매각 작업은 새해 결론이 날 전망이다. 태광그룹·TPG 컨소시엄 등 다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경쟁이 붙었다. 유암코 측은 내년 2월 중순 우협을 선정하고, 3월 중순 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관심이 집중된 건 사실이지만, 몸값 눈높이 차 등 변수가 적지 않다"며 "대형 조선사들은 국내 설비 확대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FI 참여를 눈여겨봐야 하는데 이 경우 노조 리스크가 거론되는 등 매각 측면에서 부담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