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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자본시장의 화두가 다시 '원달러 환율의 향방'으로 모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불구, 구조적인 원화ㆍ달러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낙관론에 무게를 싣기는 어려운 상황이란 평가다.
실제로 정부의 '의지'에 맞춰 연말 1430원대까지 밀렸던 환율이 어느새 1450원대로 복귀한 상황이다. '1달러에 1500원'이 가시화하며, 주요 기업 및 금융기관들은 물론,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투자업계까지 대응과 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과 증권사 리서치들의 올해 원달러환율 전망치는 대체적으로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후반 사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신한은행이 하반기 고점으로 1510원을, 한국투자증권이 연 고점으로 1500원을 제시하는 등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에 대한 경계감은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다.
현재의 '고환율'을 초래한 수급불균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우려감의 배경으로 꼽힌다.
내년에도 728조원의 사상 최대 예산안이 편성된 가운데, 적자국채 발행 예정 규모 역시 사상 최대인 상황이다. 반도체 호조에도 불구, 실제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역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KB증권은 "현재 (원달러환율) 구간은 강력한 저항구간이나, 달러가 반등하거나 수급불균형이 확대된다면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며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환율 하락을 위해선 제조업 업황 개선을 통한 성장률 제고와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부담 가중 은행권, '생산적 금융'까지 타격...증권ㆍ보험도 '자본 변수'
'고환율'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시대를 두고 이를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금융권은 원달러환율 상승 추세가 불편한 상황이다. 당장 은행들은 자본비율에 직접적인 부담을 받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는 구조다.
외화대출, 무역금융, 해외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영향이 크다. 업계에선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이 약 2b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분기 말 환율(약 1400원) 대비 현재 수준을 감안하면 이미 15~16bp의 CET1 하락 압력이 누적된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혁신기업 대출이나 장기 프로젝트 금융은 상대적으로 RWA 소모가 큰 자산이기 때문에 고환율 장기화는 '생산적 금융'에도 부담 요인"이라며 "CET1 하락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보험사 역시 환율을 ‘손익 변수’가 아닌 ‘자본 변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증권사는 헤지 거래로 외환손익 자체는 관리 가능하지만, 환율 상승 시 외환위험액과 신용위험액이 늘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부담을 준다. 보험사의 경우 대형사는 100% 환헤지 전략으로 장부상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헤지 비용 급증은 부담이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구조에 따라 킥스(K-ICS) 비율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조선ㆍ자동차 '웃고' 정유ㆍ항공 '울고'...고환율에 갈린 희비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환율 인식과 대응 방식도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년 전 급격한 환율 변동기에는 기업들이 환율 급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일정 수준의 환율 변동을 전제로 사업과 투자 전략을 운용하는 데 익숙해진 분위기가 전해진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달러 매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달러 수입 구조를 가진 기업들 가운데서는 환율 상승의 실질적 수혜가 상당한 곳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기업 전반에 환율 내성이 생기면서 헤지 전략 역시 환율 수준을 반영해 보다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화 기준 거래가 대부분인 조선사들은 원화 환산 매출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보이고, 해외 판매가 많은 자동차 업종 역시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장기간 고환율 상황이 지속한다면, 부품 수급과 물류비 상승의 부담이 커지지만, 환차익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부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원유를 전액 달러로 결재해 수입하는 정유사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이어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발생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항공유, 리스료,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형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연기금들 '큰 영향 없다'...딜 시장 외국계 PEF발 '큰장' 설까 관심
고환율 상황은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LP)들에게도 고민거리이긴 하다. 하지만 해외에 집중하겠다는 기본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이 크다보니 오히려 환율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엿보인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규모만 놓고 봐도 해외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해외투자를 더 선호하고, 국내 투자는 밸런싱 차원에서 일부를 하는 것”이라며 “환율의 변동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LP들의 자금 집행에 있어서는 환율 자체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낮을 것이라는 얘기다.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면 환율 때문에 투자 기조에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다보니 환율이 올라도 평가금액도 올라가 단기적으로 부담은 적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운용사(GP)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고환율발(發) 경쟁 강도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해외 자본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환율 효과를 노리는 외국계 PEF들의 랜드마크 M&A 거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단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달러를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한 해외 PEF 운용사들에 한국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은 사실상 연중 '바겐세일'을 진행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같은 매물을 두고 경쟁하는 우리나라 PEF운용사보다 입찰에서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여력이 증가했단 의미"라고 말했다.
적자 재정, 낮은 성장율, 자본 유출 우려...구조적 수급 불균형
CET1 비율 압박받는 은행 '비상등'...수출기업들 수익성 개선 체감
느긋한 LPㆍ민감한 GP...환율 효과 노린 인바운드 M&A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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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07일 11: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