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르' 에코마케팅에 베팅한 베인캐피탈…'안정 배당' 알짜 기업 찾는 PEF
입력 26.01.09 07:00
안정적 캐시플로·배당 여력에 5000억원 투입
조 단위 빅딜보다 중형 알짜 기업 선호 추세
성장성 너머 안정적 회수 가능성에 높은 평가
  • 사모펀드(PEF)들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성장성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 역시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과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캐시플로 구조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오는 21일까지 에코마케팅 잔여 지분 56.4%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주당 매입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인 1만700원 대비 49.53% 높은 수준이다. 공개매수가 전량 성사될 경우 잔여 지분 인수에 약 2800억원 안팎이 추가로 투입되며, 최대주주 지분 인수금액을 포함하면 이번 거래에 베인캐피탈이 투입하는 총 자금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는 최근 PEF들의 국내 기업 인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PE들은 투자 회수 관점에서 캐시플로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분배금(DPI) 확대가 중요한 만큼,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이 확보된 기업에 대한 선호가 더욱 높아졌다. ‘성장성’에 베팅하는 테크 기업 역시 수익 창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 자금 부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매각 플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의 경우 배당 수익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투자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된다.

    이에 국내 시장 지위가 탄탄하고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갖춘 알짜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모습이다. 단일 대형 거래보다는 사업 기반과 수익 구조가 검증된 중형급 기업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을 택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EQT도 유사한 전략을 보이고 있다. EQT는 지난해 국내 대표 ERP 기업인 더존비즈온을 인수하며 안정적인 고객 기반과 반복적인 현금 창출 구조에 주목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특유의 높은 전환 비용과 장기 계약 구조가 향후 수익성 개선과 투자 회수 측면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QT는 대형 거래보다는 IT 분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알짜 기업들을 추가로 물색하는 분위기다.

    몇 년 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온 화장품 업종은 여전히 인수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지면서 실제 거래 성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른바 ‘되는데만 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IMM PE가 보유한 에이블씨앤씨(미샤)의 경우 어퓨 브랜드 분리 매각을 추진했으나, 원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각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장품이나 방산업체 등 현재 가치가 높은 기업들은 최대주주들이 매각에 소극적이거나 기대 눈높이가 높아 협상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본업은 아니지만 동반 수혜를 받았던 화장품 용기 업체들 역시 삼화·창신 등 주요 거래가 마무리되며, 사실상 사이클의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엑시트 관점에서 PE들은 캐시플로가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AI와 반도체는 계속 검토 대상에 올라와 있지만, F&B는 투자 온도가 다소 식은 분위기”라며 “결국 산업의 근간인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갖춘 제조업체가 가장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베인캐피탈로서는 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공격적인 사업 재편 없이도 안정적인 현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라는 평가다.

    에코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브랜드 인큐베이팅, 그리고 애슬레저 패션 브랜드인 안다르(Andar)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은 클릭, 구매, 가입 등 측정 가능한 성과를 기준으로 광고 효율을 관리·최적화하는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광고 방식이다. 광고 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이동한 이후 해당 분야에서 에코마케팅은 B2B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에코마케팅은 최근 수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이후 매년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3210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3% 증가했다.

    신생 브랜드에 투자해 성장을 지원하고 회수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2017년 데일리앤코 인수 이후 마사지기 ‘클럭’과 프리미엄 매트리스 ‘몽제’ 등을 디지털 광고를 통해 성장시켜 왔다.

    이 가운데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이 2021년 인수한 운동복 브랜드 안다르의 성장성에도 주목했다. 안다르 매출은 2021년 1144억원에서 2024년 2368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손익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안다르가 에코마케팅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한다.

    한 PE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B2B 업체들이 대표적인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며 “여기에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성장 여지가 있는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