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연말 실적 결산을 앞두고 주식연계증권(ELS) 및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과징금의 회계처리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과징금을 어느 수준까지 '추정치'로 반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4분기 실적과 자본비율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회계기준원과의 소통도 이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결산 실적 발표를 앞두고 ELS 과징금을 4분기 실적에 얼마나 반영할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제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정 수준의 비용 인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올해 대출 규제와 시장 여건 등으로 실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비용을 지난해 실적에 선제적으로 반영해 '털고 가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과징금이 충당부채 형식으로 반영될 경우 연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하락할 수 있지만, 올해 실적 방어에 집중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회계 처리다. 아직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과징금을 추정치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두고 회계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개별 은행에 사전 통보한 과징금 수준이 아니라, 향후 금융위원회 의결 이후 확정될 최종 과징금을 기준으로 충당부채를 설정하려는 시도가 회계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ELS 과징금 확정 시점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이달 15일 올해 첫 제재심에서 ELS 불완전판매 안건이 다뤄질 전망이지만, 단일 회의에서 결론이 도출될지는 확실치 않다. 제재심 이후에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의결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과징금이 확정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4분기 실적이 반영되는 연간 결산 실적 발표 시점까지 과징금이 확정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LTV 관련 과징금 역시 규모와 부과 시점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사후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될 경우 최종 과징금이 최초 통보 금액 대비 약 75%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은행별 ELS 과징금 최종 추정액은 국민은행이 3000~4000억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900~1200억원대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과징금 규모는 KB국민은행이 1조 원대, 신한·하나은행이 각각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은 추정치 반영은 외부감사인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결산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충당부채가 과도하게 낙관적이거나 회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감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회계 기준상 충당부채는 보고 시점에서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판단 노력'에 근거해 측정돼야 한다. 이 경우 은행으로서는 해당 추정치가 합리적이라는 점을 감사 과정에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징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치를 반영할 경우, 외부감사 과정에서 충당부채 설정의 적정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며 "감사의견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4분기에 과징금 추정치 반영이 가능할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아직까지 (4분기 실적 반영)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권은 확정되지 않은 과징금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과도하게 보수적인 판단을 적용하지 않도록 회계기준원과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과징금이 법적으로 확정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은행에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지출 규모를 추정해 회계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다.
만약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4분기에 과징금을 충당부채로 반영할 경우, KB금융의 주주환원 여력이 비교적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징금의 절대적인 규모가 타 은행 대비 크기도 하지만, CET1비율에 주주환원을 연계하는 구조라 CET1비율 하락 시 그만큼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KB금융의 RWA 규모 및 세율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에 3000~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충당부채로 반영할 경우 손익 감소분만 놓고 보면 CET1비율이 최대 9bp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에서는 자본규제 세칙상 손익에 비용으로 반영된 금액이 운영리스크 손실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추정치로 손익에 반영될 경우 운영리스크 산정 과정에서 해당 금액이 손실데이터로 인식돼 600%의 RWA를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이로 인해 자본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CET1비율이 주주환원과 직결돼 있어 자본비율 수준에 따라 (과징금을 선반영할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전체적인 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비용을 선반영하겠지만, 자본비율 수준이 얼마나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결산 전까지 ELS 과징금 확정 가능성 낮아
4분기 실적에 충당부채 '털고' 가야 하는데
선반영 하려면 '합리적 추정치' 증명이 쟁점
RWA 600% 반영 부담도…KB금융도 골머리
4분기 실적에 충당부채 '털고' 가야 하는데
선반영 하려면 '합리적 추정치' 증명이 쟁점
RWA 600% 반영 부담도…KB금융도 골머리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