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잇단 난항…목소리 커진 소액주주에 높아진 주관 부담
입력 26.01.09 07:00
신세계푸드,에코마케팅 등 공개매수 잇단 무산
에코마케팅은 50% 할증에도 소수주주 반발
NH 영향력 약화에 기회의 장 열리나 했지만
성공 확신 없는 딜…커지는 주관사 부담
  • NH투자증권이 사실상 독주해온 공개매수 주관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지만, 거래 자체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증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도 개편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사실상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신세계푸드는 상장폐지를 목표로 진행한 공개매수에서 응모 수량이 부족해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를 공시 직전 종가 대비 약 20% 할증한 주당 4만8120원으로 제시했지만, 소액주주 참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코마케팅 공개매수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더욱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은 에코마케팅 공개매수가로 주당 1만6000원을 제시했다. 공시 직전 종가 대비 약 5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다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높은 할증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개매수는 오는 21일까지 진행되지만, 시장에서는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공개매수가 잇따라 무산되거나 진통을 겪는 배경에는 소액주주 영향력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주가 대비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시하면 공개매수가 성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평균 매입 단가와 향후 성장성까지 고려해 공개매수가를 평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소액주주 보호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물적분할, 합병,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리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오며,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재무적으로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도 소액주주들이 체감하기에 낮다고 판단하면 응모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과거와 같은 가격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공개매수 주관 증권사들의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공개매수가격은 형식상 매수 주체가 결정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주관사가 밸류에이션과 프리미엄 범위를 제시하며 가격 설계 전반을 주도한다. 딜이 실패할 경우 주관사가 직접 큰 금전 손실을 떠안는 구조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가격 판단 실패의 책임이 주관사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공개매수는 성공과 실패가 명확히 드러나는 딜이라는 점에서 평판 리스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증권사 내부에서는 '성공 확신이 없는 공개매수를 굳이 주관할 이유가 있느냐'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사모펀드(PE) 진영에서도 상장사 공개매수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공개매수가를 높이면 인수 이후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낮추면 소액주주 반발로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당분간 상장사 비상장화 딜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조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의 영향력이 약화된 이후 공개매수 시장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은 오히려 주관 증권사에 더 높은 난이도와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액주주 보호 기조와 맞물린 공개매수 환경 변화 속에서, 주관사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성공해도 수수료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실패하면 트랙레코드에 부담이 남는다"며 "리스크 대비 보상이 맞지 않는 구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