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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BBB급 비우량채는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조달 금리가 올라간 데다 BBB급 회사채의 수요 기반이 증권사 리테일과 하이일드 펀드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BBB급 기업 가운데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운 곳은 한진(BBB+)과 SLL중앙(BBB) 등 2곳에 불과하다. 통상 연초는 기관투자가의 자금 집행 재개와 맞물려 발행이 집중되는 시기로 꼽힌다.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초에는 한진(BBB+), 두산(BBB), HL D&I 한라(BBB+), JTBC(BBB), 한화오션(발행 당시 금리 BBB+·현재 A-), AJ네트웍스(BBB+), 이랜드월드(BBB) 등 총 7곳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을 마친 바 있다.
이 같은 위축은 BBB급 회사채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A급 이상의 회사채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보험사, 은행 등으로 수요가 분산돼 있는 반면, BBB급은 증권사 리테일과 하이일드 펀드에 수요가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상위 등급 대비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수요 변동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NICE(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BB급 비우량채는 지난 2005~2006년 전체 회사채 발행액의 30%를 상회하며 중신용 기업의 중요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줄었다. 최근에는 전체 시장에서 BBB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우량채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하이일드 펀드 역시 세제 혜택 종료 이후 설정액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시장 영향력이 약화된 상태다. 하이일드 펀드는 지난 2014년 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과 회사채 시장 양극화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는데, 정책 지원에 따라 규모가 변동세를 보인다.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은 지난 2024년말 종료됐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 펀드의 BBB급 이하 채권 소화비중은 2024년말 32.6%에서 지난해 8월말 기준 28.2%로 감소세를 보였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최근 3년 연장이 결정됐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BBB급은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단이지만, 과거 금리환경에서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어 펀드 수요가 있었다"면서 "금리 불확실성에 세제 메리트가 사라지자 하이일드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BBB급 회사채에 대한 신용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은행 대출금리가 4% 초반인 반면 BBB+ 회사채 수익률은 6%를 웃돌며 금리 격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BBB+ 채권 수익률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낮았던 시기도 있었던 만큼, 현재 시장의 위험 인식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중저신용 기업들은 조달 문턱이 낮은 리테일 채권이나 사모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KCC건설과 이수건설 등은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효성화학은 사모 후순위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하이일드 펀드가 사실상 BBB급 시장 수요의 최후 방어선이었다"라며 "하이일드 펀드의 공백을 메울 만한 제도적 보완과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BBB급, 전체 회사채 발행액의 3~6% 수준
"세제 메리트 사라지자 하이일드 자금 이탈"
"세제 메리트 사라지자 하이일드 자금 이탈"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