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수성' 삼성·'다크호스' 신한…상반기 운용사 ETF 격전지는 '연금시장'
입력 26.01.13 07:00
ETF 300조 시대…선두 '삼성' 구도 고착 속 격전지는 '중상위권'
특정 테마 흥행보다 연금 채널…"DC·IRP 자금이 순위 가른다"
"이젠 히트 상품 아닌 코어 확보 싸움"…운용업계 인식 확산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300조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운용사 간 격전지도 선두 경쟁에서 중상위권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파킹형·유가증권시장(코스피) 등 대표지수 ETF를 중심으로 1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순자산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중위권 구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 역시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는 흐름이다. 

    9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운용사 순위 경쟁의 무게중심은 퇴직연금(DC·IRP)과 연금저축 계좌를 둘러싼 '연금 채널'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3년 만에 국내 ETF 시장 규모가 4배 가까이 커지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요 운용사들이 연금 시장에서의 영역 확장을 사업목표로 내걸면서다. 연금 계좌에서 반복 편입되는 '기본 상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ETF 시장의 주요 경쟁 무대 역시 연금 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TF 외형 확대의 배경으로는 퇴직연금 자금의 이동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던 연금 자금이 ETF로 일부 이동하면서, ETF의 활용 범위가 개인의 투자 수단을 넘어 연금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내 ETF 투자 잔액은 최근 4년간 약 9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퇴직연금 자산 가운데 ETF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10%대 초반 수준에서 최근에는 30%대 후반까지 확대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금 계좌에서 ETF의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 자체가 ETF 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이 주도하고 있다. ETF 시장 점유율이 39%에 가까운 삼성은 머니마켓·단기채·CD금리형 등 파킹형 ETF와 KODEX 200, 미국 대표지수(S&P500·나스닥100) 등 핵심 지수형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경쟁력을 단순한 상품 수보다는 유동성이 집중된 대형 ETF 라인업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거래가 집중된 ETF는 상대적으로 거래 비용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고, 이러한 특성이 연금 계좌 운용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고려된다는 설명이다.

  • 2위권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대표지수·글로벌 테마 ETF를 중심으로 한 라인업에서 여전히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시장 변동성 확대와 함께 투자자 관심이 국내 지수 추종형이나 파킹형·채권형 상품으로 일부 이동하면서, 순자산 증가 속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위권 경쟁 역시 한층 복잡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금 현물 ETF를 비롯해 채권형, 성장 테마 ETF 등을 고르게 운용하며 순자산 규모를 키워왔다. 상품 수를 빠르게 늘리기보다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ETF를 중심으로 운용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최근 순위 변동 이후 내부적으로 ETF 사업 전략 전반을 점검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상장 종목 수 자체는 적지 않지만, 시장에서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대표 상품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 특성상 안정성을 중시해 온 상품 전략이 최근의 공격적인 시장 분위기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는 평가도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중위권 구도에서 변수로 거론된다. 2021년 리브랜딩 이후 ETF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일부 테마형·액티브 ETF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SOL K방산 ETF' 등 특정 업종에 집중한 상품이 성과를 내며 브랜드 노출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한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 자금 중심의 흐름을 넘어 연금·기관 채널에서 안정적인 자금 유입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올해 상반기 ETF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연금 자금의 유입 흐름과 이에 대한 운용사들의 대응 전략으로 모아진다. 

    채권혼합형, 월배당·인컴형 ETF 등 장기 편입에 적합한 상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운용사 내부에서도 단기 흥행보다는 연금 계좌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품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카피캣 ETF' 문제를 언급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제도 변화보다도 연금 관련 채널 경쟁이 하우스 간 순위 경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ETF 부문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국내 증시 반등 국면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용하면서 선두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개별 테마보다는 연금 자금 흐름이 하우스별 ETF 실적을 좌우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경쟁의 초점은 '누가 1위를 넘느냐'라기보다는, 중상위권 운용사들이 각자의 코어 상품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몇 개 상품의 단기 흥행만으로 순위를 뒤집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