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1조지만'…IMA 사업자 추가 확대 견제하는 은행들
입력 26.01.14 07:00
은행권, IMA발 머니무브 가능성 예의주시
중장기적으로 IMA 사업자 확대 우려
'초대형 IB' 자기자본 문턱 상향 필요성도
  • 은행들이 증권사들의 종합투자계좌(IMA) 판매 확산에 따른 자금 이동 가능성을 놓고 중장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은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수신 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 늘어날 경우 구조적인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과 ELD 판매 확대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추가적인 초대형 IMA 사업자 확대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IMA 출시 이후 중장기적으로 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단기적인 수신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적·제도적 차원에서의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은행권이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IMA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초대형 IB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들만 인가를 받아 IMA를 취급할 수 있는데, 해당 요건을 충족해 인가를 받는 곳이 늘어나면 IMA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며 증권사로의 자금 쏠림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은 과거 IMA를 도입하며 대규모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증권사만 해당 사업을 영위하도록 설계했다. 초대형 IB 육성 논의가 시작된 2017년에는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증권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과거 대비 커지면서 IMA 추가 사업자가 기존 두 곳 외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초대형 IB로 IMA 사업자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두 곳이다. 현재까지 두 곳의 증권사가 발행한 IMA 잔액 또한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은행권 수신자금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그러나 자기자본 기준으로 초대형 IB '후보자'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은 8조3667억원으로 IMA 사업자를 신청해 당국의 인가를 대기 중이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7조3869억원)과 메리츠증권(7조1917억원), KB증권(6조8645억원) 등 자기자본이 6~7조원대인 증권사도 IMA 인가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고, 초대형 IB 요건을 8조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등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IMA 인가를 받은 사업자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은행권은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의견을 모아 당국에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증권사들의 IMA 판매 규모만 놓고 보면 위기라 보기는 어렵고, 관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을 텐데, 모든 증권사가 IMA 사업자가 되는 건 당국의 제도 도입 취지와도 어긋난다"라며 "IMA가 초대형 증권사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면, 이를 설계한 당국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요건은 IMA 인가를 위한 최소 조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자기자본이 8조원에 도달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자 인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위험관리 체계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IMA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기준의 문턱을 추가로 높이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IMA는 자기자본 대비 최대 1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내부 리스크 관리 한도와 운용 제약을 감안하면 발행 한도를 전부 채워 운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은행별 수신자금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IMA 인가 확대가 곧바로 은행권 수신 기반을 위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건은 어디까지나 최소 기준일 뿐, 이를 충족했다고 바로 라이선스를 받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은행권이 기존 예금과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수익 구조에 안주했다는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