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찍힌 MBK가 다시 M&A 시장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6.01.14 15:13|수정 26.01.14 15:42
Invest Column
구속은 면한 MBK 핵심 경영진들
MBK 겨냥한 검찰, 금융당국의 화살은 계속
한 때는 흥행수표, 이젠 엮이기 꺼려하는 상대방들
당분간 한국 투자는 어려울 듯, 결국 일본행?
박태현 부사장 퇴사 이어 이진하 부사장도 떠날 전망
그래도 살아남아 수년 뒤 돈가방 들고 등장한다면?
  •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MBK파트너스 핵심 인사들이 구속 수감을 면했다. 그렇다고 MBK와 MBK 핵심 경영진들의 사법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검찰이 '구속수사' 카드를 꺼냈을 정도로 강력한 대응을 시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MBK를 향한 칼날은 더 정교하고 날카로워 질 가능성이 크다.

    엄밀히 따지면... MBK 경영진들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느냐, 아니냐에 대한 법원 판단과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평가는 별개 문제다. 사실 후자는 홈플러스 실패를 통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의 실력이나 평판 등을 모두 재평가하는 문제다. 여기에는 "운용사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기술적인 논의까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이미 MBK를 '악(惡)'으로 규정한 분위기다보니, 이런 논쟁이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다. 이는 MBK가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에서 정상적인 투자 활동을 이어가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예측으로 이어진다. 

    향후 수년간 금감원 제재와 검찰 기소 과정이 실시간 중계되면서 MBK 임직원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수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이면 누구보다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국내 대기업들로선 MBK와 선뜻 거래를 주고 받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 승인부터 깐깐해 질 가능성이 크다. MBK가 계약 주체로 나서는 순간, M&A 거래에서 필수불가결한 공정거래위원회 승인부터 어찌될지 미지수다. 국적 논란이 일었던 한 PEF 운용사의 초대형 M&A 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에 가로막혀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사례와 같이, 정부가 MBK 활동에 유무형의 제동을 걸 방법은 무수히 많다. 이는 거래 종결성을 해치는 요인이자, M&A에 나서는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배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미 PEF 업계에선 MBK와 '엮이길' 꺼려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MBK 경영진이나 실무진과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는 차치하더라도, MBK를 과연 유의미한 거래 상대방으로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커져서다.

    행여 MBK의 투자 활동 또는 투자금회수(엑시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암묵적으로 MBK를 지지하는 모습이 비쳐진다면? 현 정권에 찍혀버린(?) MBK와 같은 부류로 취급받을 수 있다. 그만큼 PEF로서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그 불안감을 계량화하긴 어렵지만, M&A 시장에선 아주 작은 리스크 요인이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최대 기관투자자이자 쩐주인 국민연금 눈치도 봐야 한다. 어쨌든 국민연금이 이미 MBK와 대척점(?)에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업의 체감도는 더 크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MBK는 국내 대형 M&A에서 늘 '최고의' 원매자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정권이 찍은 MBK에 자회사 또는 사업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은 예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대관 인력을 대거 확충하며 정부의 기조에 충실히 발맞추려 노력하는 기업들이 괜히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요인들을 만들어 낼 이유가 없다. 

    MBK로서는 구속수사를 피함으로써, 펀드의 핵심인력(키맨)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는 데 따른 키맨 교체 등과 같은 복잡한 과정은 우선 피하게 됐다. 운용사(GP)와 출자자(LP) 간 펀드의 정관을 작성할 땐 일정 비율 이상의 키맨이 이탈할 경우 관리보수를 삭감하는 등의 패널티를 부과한다. 이로써 당장 국내외 LP들이 투자금 회수 등의 초강수는 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경영진의 유죄가 확정되거나, 이로 인해 펀드 운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엔 GP의 캐피탈콜에 응하지 않는 조항을 포함한 정관도 우려해야 한다. 즉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동안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MBK로서는 내부 '분열'을 최소화하고 단도리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미 주요 멤버였던 박태현 부사장이 고려아연 투자를 전후로 이탈한 이력이 있다. 또다른 핵심멤버인 이진하 부사장도 회사를 떠나 개인적인 친분이 잘 알려진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대표와 협력할 것으로 전해져 왔다. 핵심 운영진의 줄퇴사가 이어지면 결국 MBK는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침몰하는 배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외부변수도 고민거리다. 아시아 펀드를 표방하는 MBK로서는 한국 투자가 여의치 않다면 중국이나 일본에 집중하면 되겠지만, 지금 미국계 사모펀드의 대(對) 중국 투자는 불가능해졌다. 역대 최악으로 치달은 미ㆍ중 관계는 북미지역 기관투자가 자금의 '중국 투자'를 절대 '금지'하는 결과를 냈다. 당연히 MBK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일본이란 선택지만 남는다. 하지만 M&A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은 일본은 이미 글로벌 PEF의 각축장이 됐다. 베인캐피탈과 KKR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권역에서 통크게 투자 할 만한 몇 안되는 국가인 일본에선 각종 M&A 거래에 딜피버(Deal fever)가 발생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그간 MBK의 일본 투자 성과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지만, 일본 시장에 올인해야하는 상황에서의 투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각 지역에 리스크를 분산한 투자보단 조바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도 MBK에 투자금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MBK는 지난해까지 약 8조원이 넘는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모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드라이파우더로 남아있다. 아직 투자 기한이 남아있지만 당장 1~2년 내에 국내 투자를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가정한다면,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당장 MBK가 공중분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모여진 투자금은 결국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역량'으로 작용한다. 이에 기반한 파트너십 구조도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MBK 사태로 유탄을 맞은면서 상당수 '원망'을 쏟아내왔지만 그렇다고 MBK라는 거함의 침몰을 바라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MBK의 오만함(?)을 비난하면서도, PEF 업계의 큰 축이 흔들리면서 발생할 여파 때문이다. 그리고 칼을 휘둘렀던 수장들의 거취도 언젠가는 바뀌기 마련이고, 이때쯤이면  MBK, 홈플러스란 키워드의 주목도도 지금보다 더 사그라 들 것이다. 

    그 때쯤 한국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MBK가 막대한 드라이파우더로 통 큰 쇼핑에 나선다면? 어쩌면 다시금 한국 M&A 시장에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그 시기까지 버티기에는 현재로선 상황이 생각보다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투자할 수 있는 '현금'만 남은 게 아니라 홈플러스 사태의 '기억'도 같이 남아서다.  

    단순히 운용능력 부족에 따른 투자실패의 기록이 아니다. 업계 1위 선도 운용사로서 책임감이나 리더십은 커녕, 매번 정부와 기관투자가들의 미움을 사면서 사모펀드 업계 전체에 큰 폐해를 끼쳤다. 이 과정에서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연일 국회 출석을 거부하거나, 되레 피해자들을 고소하고, 정부와 성의 있는 대화보다는 미국 측 인사와 접촉이 보도되고, 책임지기보다는 실패를 합리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줘 왔다. 현금 가용력이 무너진 신뢰까지 메워줄지는 사실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