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딜 끊기자 기업금융行…메리츠식 인력재편, 증권가 확산 조짐
입력 26.01.15 07:00
부동산 딜 급감에 인력 지형도 변화
메리츠, 부동산 인력 앞세워 기업금융 본부 신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부동산→기업금융’ 이동 흐름
  • 부동산 딜이 급감하면서 증권가 인력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초 조직개편과 성과급 시즌이 맞물린 가운데, 최근에는 부동산금융 인력이 기업금융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채용에 나선 가운데, 특히 메리츠증권의 대규모 인력 영입이 눈에 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관련 본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본부장은 IBK투자증권 출신 인물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으며, IBK투자증권 부동산금융 팀을 포함해 iM증권 등 여러 증권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구성이다. 채용 규모는 10~20명 안팎으로 알려졌고, 본부 신설과 맞물려 증권가에서도 비교적 이례적인 수준의 대규모 채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채용 인력의 상당수가 부동산금융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본부가 대기업·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딜 발굴을 전담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개발과 실물 거래 주선을 담당하는 부동산금융과, 기업 자금조달을 전담하는 기업금융은 성격이 다른 만큼,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력 이동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부동산을 활용한 구조화 딜에 강점을 지닌 메리츠증권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라는 평가다. 부동산금융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메리츠증권은 최근 DCM, ECM,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 강화로 외형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자금조달 과정에 부동산 담보와 구조화 기법을 결합한 거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오고 있다. 롯데건설과 투자협약을 맺은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나 홈플러스 선순위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신설되는 기업금융 본부 역시 이러한 거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을 포함해 수익이 나는 거래라면 가리지 않는 메리츠식 기조가 반영된 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 본부라고 해도 부동산 구조화 딜 등 수익성이 있는 거래는 가리지 않는 문화가 있다”며 “그간 메리츠 부동산금융 인력이 만들어낸 딜이 여전히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이번 인력 이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메리츠증권의 인력 재편은 개별 회사의 전략을 넘어, 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금융 업황 부진이 인력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확대 등으로 부동산 개발 수요가 급감하면서, 거래는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만 이어지는 구조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직접 투자까지 가능한 대형 증권사만 PF 주선을 이어가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일감이 크게 줄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사 역시 부동산금융 인력을, 계약직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유지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부동산금융 인력 전반에서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북(book) 사용에 제약이 있어 인력들이 대형사 이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동산금융 인력 사이에서도 기업금융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감지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부동산 유동화·구조화 업무 경험이 있거나, 건설사 네트워크가 탄탄한 인력은 기업금융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단순 PF나 브릿지론 주선에 그쳤다면 한계가 있지만, 건설사 네트워크가 강한 경우 계열사 자금조달로 딜 소싱이 확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처럼 시장 내 주요 고객을 보유한 기업과의 접점은 기업금융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금융에서 일하던 주니어를 기업금융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며 “차장급까지는 서류업무 비중이 높다 보니, 부서가 바뀌어도 적응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각 증권사들도 부동산금융 인력을 기업금융 인력 풀의 한 축으로 함께 올려두는 모습이다. 기업금융 채용 과정에서는 여전히 유관 경력이 우선적으로 평가되지만, 부동산금융 출신을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아이엠증권 등 여러 증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기업금융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 역시 최근 부동산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직접 자리를 옮겼다”며 “기업금융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관련 수요가 존재하다 보니 이런 이동 사례들이 하나둘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