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우려 여신 손쓸 수 없는데…올해도 PF 살리기 이어질까
입력 26.01.16 07:00
PF 익스포저 감소에도 부실우려는 여전
부실 정리 미흡하다는 비판 공감하지만
실제 정리는 쉽지 않다는 현업 목소리
지원 기조 이어질 전망…고환율은 부담
  • 부실 PF 문제가 정리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친 채 장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더 이상 새로운 지적도 아니다. 부실우려 여신 정리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도 PF를 살리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데 현업 전반에서 관련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있다. '시한폭탄'이 위험이 커지는 데다 이로 인해 신규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잠재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금액인 PF 익스포저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 2023년말 231조1000억원에 달했던 PF 익스포저는 2025년 9월말 177조9000억원까지 23%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현업에서는 부실 PF 정리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괜찮은 PF 위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나쁘지 않으면 시행사와 금융기관 등이 대출 조건을 조정해 재구조화를 추진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일부는 심지어 수익을 낼 수 있다.

  • 실제로 부실우려(D) 여신 규모는 2025년 9월말 13조3000억원으로, 금융위원회가 첫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발표한 2024년 6월말의 13조5000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전체 익스포저는 감소했지만 부실우려 여신 정리가 미미한 탓에, 부실우려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서 7.5%로 오히려 증가했다. 사업을 이어가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사업장은 정리하고 부실한 사업장은 시한폭탄 돌리듯 끌고 가는 형국이다.

    현업에서는 부실 PF 정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토로한다. 결국은 경·공매 등을 통한 손바뀜 거래가 필요한데 부실 PF를 누가 떠안겠냐는 것이다. 이외에도 시행사, 건설사, 대주 등 주체끼리 엮인 네트워크와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정리가 쉽지 않다. 부실을 인정하고 정리하면 당장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실 PF의 파킹(Parking) 거래 의혹도 여전하다. 금융당국의 연체율 관리 압박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은 NPL 자회사를 설립하고 정상화 펀드를 조성했지만, 진성 매각(True Sale)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펀드나 NPL 자회사로 부실을 이전해 지표만 개선하고 실제로 부실 정리는 시점이 미뤄지는 구조라는 평가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23년 4분기부터 PF 부실채권 공동펀드로 2조4100억원의 부실 PF를 정리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여전히 만연한 '부동산 불패신화'가 버티기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을 팔고 부동산을 사는 형태도 포착되고 있다. 주가 부양이 연이은 부동산 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작년 연중 229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최근 5000포인트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예년보다 여건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당장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실 PF를 끌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또 괜찮아져야 한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PF 정리·재구조화 압박과 별개로 올해도 PF 살리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PF 시장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자체 평가와 별개로 내년에도 100조원 이상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연장 운용하기로 했다. 이 중 PF 연착륙을 위해 최대 60조9000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장안정 프로그램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경색된 채권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본격 가동된 프로그램으로 매년 연장 운영 중이다.

    PF 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이뤄진 대출이 올해 본격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사업성이 괜찮은 PF 위주로 정리가 이뤄진 만큼 향후에는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잡음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 해소에 실패할 경우 후순위 대주 및 연대보증, 채무인수 등 신용보강을 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최근 고환율 대응이 정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며 PF 연착륙 정책 추진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고환율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요인으로 수년간 이어져 온 PF 연착륙 정책 자금이 지목된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은행은 수개월간 금융위 주관으로 매일 아침 업무 보고를 진행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보고의 주요 내용은 PF 연착륙을 위해 일별로 PF 사업장에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은행도 2022년 당시 PF 관련 채권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추가로 매입하고 한전채·은행채 등을 대규모로 발행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원화 약세의 한 원인으로 짚은 바 있다. 그런데 2022년에 26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RP 매입 규모는 매년 증가하더니 작년에는 488조3000억원으로 18배가 됐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RP 매각 대상 증권을 확충하기 위해 3년3개월만에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대내외 변수와 더불어 시중에 돈이 풀리는 규모를 감안하면 환율 진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PF 연착륙을 지원하면서도 부동산 가격과 환율을 올리지 않는 핀셋 처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