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레딧펀드 주요 타깃은 '상장길 막힌' 기업들
입력 26.01.19 07:00
유동성 호황기에 상장 약속하고 투자유치
올해부터 상장 기한 도래하는 거래 많지만
실적부진·중복상장 등 변수로 상장 불투명
크레딧·SS펀드, 상장 고민해결 먹거리 주목
  • 올해 크레딧펀드와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들은 상장(IPO)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유동성 호황기에 자금을 조달하며 설정한 상장 기한이 올해부터 착착 도래하는데 증시 입성이 녹록잖은 곳들이 적지 않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둘러싼 고민을 해결하는 것을 올해 주요 먹거리로 꼽는 분위기다.

    한국 증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정부·민간 자금도 대거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자금을 구하거나 새로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도체 주도의 'K자' 회복 국면이라 상장 환경은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올해 상장 고민을 할 곳이 적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 유동성 호황기 당시 상장을 약속하며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했다. 상당수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상장 시한이 도래한다. 과거 진행된 1000억원 이상 거래만 해도 십여 건에 이를 것으로 거론된다.

    당초 기대한 사업 성과를 내는 기업도 있지만, 증시 입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곳이 더 많다. 상장 기한을 미뤄둔 곳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상장 시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Q-IPO)이 붙은 경우엔 고민이 더 깊다. 상장하지 못하거나 수익률이 낮으면 투자자가 경영권 지분까지 묶어 팔 수 있다. 상장 '삼수생' 케이뱅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전 SK온, SK엔무브 등처럼 대주주에 상환 여력이 있으면 부담이 덜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기존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지키려면 새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보다 유연한 전략을 펴는 크레딧·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들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는 물론 국내 운용사들도 Q-IPO 관련 영역을 주시하고 있다.

    SLL중앙은 지난 2021년 FI로부터 4000억원을 유치하며 3년 내 상장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 환경 변화로 상장이 어려워지자 1년씩 두 차례 상장 기한을 연장했다. 회사와 투자자가 우호적인 관계에서 자금 회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투자 유치 때 워낙 후한 가치를 인정받았던 터라 그 이상으로 상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4000억원을 유치하며 작년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약정했다. 마찬가지로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회사와 투자자는 상장 기한을 내년까지로 2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는데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투자 열기가 이전만 못하다는 점은 변수다.

    한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관계자는 "코로나 버블 때 투자받은 기업 중 올해와 내년에 상장 기한이 돌아오는 곳이 적지 않다"며 "실적 부진에 IPO가 어려운 곳들은 어떻게 해야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느냐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FI 자금을 갚아주면서 자금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글로벌과 국내 펀드들이 이런 투자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며 "올해가 Q-IPO 거래 문제를 해결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외 '구조적인 이유'로 상장 난이도가 높은 곳들도 있다. DN솔루션즈는 2024년 FI를 유치하며 2027년까지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상장 시도는 미국 발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아 무산됐고,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회사는 별개 회사라 '중복상장'이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정부 당국이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에 집중하는 점은 변수다.

    2022년 MBK파트너스, IMM PE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메가존클라우드는 올해 상장 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1위로 손꼽히는 상장 대어 중 하나다. 다만 주요 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 한국거래소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한 크레딧펀드 관계자는 "실적 부진으로 상장하지 못하는 곳과 중복상장 문제를 풀지 못하는 곳은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성장성 있는 곳은 다시 지분투자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안정성이 있는 곳은 기존 투자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전략을 고민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