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울산 AI 데이터센터, KKR·브룩필드 등 외사간 투자 경쟁 치열
입력 26.01.21 07:00
작년부터 사업비 조달…이르면 내달 우협 선정
SK그룹 기대치 높고 수익 보장 없어 난이도 ↑
추가 사업비 부담에 자금력 있는 해외 PE 부상
이번 승자가 SK그룹 후속 거래서 우위 점할 듯
  • SK그룹 울산 AI 데이터센터(이하 AI DC) 소수지분 인수전에서 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번 거래는 통신, 에너지, 건설을 포함해 SK그룹 AI 인프라 자산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SK그룹에서 나올 후속 거래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M&A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중 울산 AI DC 소수지분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 지분은 최대 49%이고 거래 규모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투자 조건이 좋을 경우 이르면 내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그룹은 작년 6월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열었고, 8월 첫 삽을 떴다. 그룹의 사업조정(리밸런싱)과 AI 전환 전략이 맞물린 시기다 보니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외부에서 자본성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북미 지역의 대형 연기금들이 AI DC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자산 특성상 상장(IPO)하기 어렵고, 회수 지연 시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수익보장형' 투자 유치 전략을 폐기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SK그룹은 다시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을 중심으로 초기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다만 IMM인베스트먼트 외에는 SK그룹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제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생각하는 몸값과 국내 자본시장이 판단하는 기대치가 다소 차이가 났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도 결국 임대 사업과 유사한데 SK그룹이 희망하는 몸값이 너무 높다 보니 캡레이트(수익률)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싼 돈을 끌어와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그룹 고위층에선 글로벌 투자사 자금을 유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울산 AI DC를 동북아시아 최대 허브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장기로 필요한 추가 자금이 많은 만큼 자금력이 충분한 해외 투자사와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울산 AI DC 투자자로는 SK그룹과 거래 경험이 있고 인프라 영역에서 강점을 보인 KKR, 브룩필드, EQT파트너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KKR과 브룩필드로선 작년 SK이노베이션 LNG발전사 유동화 거래를 놓친 것을 만회할 기회다. 이들 투자사 임원들은 SK그룹과 계열사 경영진과 미리 접촉하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해외 투자사들은 수익 보장이 없음에도 AI DC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든든한 사업 파트너(AWS)가 있고, SK그룹과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 자금을 굴리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국내사가 이를 뒤집으려면 더 후한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 AI DC는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 등 두 발전사에서 전력을 끌어올 예정이다. SK그룹은 두 발전사의 소수지분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인데 일부 해외 투자사는 AI DC와 이들 회사 지분까지 묶어서 인수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발전 사업까지 발을 걸쳐 놓아야 사업성 전망이나 전력 공급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울산GPS 전기를 활용해야 하는 AI DC의 투자사 입장에선 발전사 지분을 다른 곳이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와 발전사 지분까지 함께 인수하기 위해 SK그룹에 적극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AI DC 사업은 통신, 건설, 전력 등 SK그룹의 역량이 총집결된다. AI DC 투자자는 향후 SK그룹에서 나올 다양한 영역의 거래들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사업의 중요한 길목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보다 사업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SK그룹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 증설과 데이터센터 건립 등 이슈로 전력 부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 주도 발전 사업만으로 시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민간 사업자, 그 중에서도 전문성이 있는 SK그룹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발전 사업 투자 지분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AI DC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공급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한데 한국전력의 재무 체력도 약한 상태"라며 "정부가 민자발전사의 역할을 키우려 하고 있는데, 구조상 SK그룹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