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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저평가 기업으로 치부되던 현대차그룹이 이제 단순히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모든 이동 수단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서 가치를 재평가 받고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100조원 돌파를 코앞에 뒀다. 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현대글로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의 가치 역시 급상승하며 그룹 합산 시총은 230조원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여기에 그룹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까지 증시 입성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몸집은 점차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 그룹주의 전례없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편할 것인가로 쏠리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8년, 구조개편에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한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실제 수면 아래에선 구조개편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현행법상 현대차그룹의 구조개편을 강제할 방안은 없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모비스→현대차→기아→모비스)를 보유하고 있고,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재무위험의 확산 방지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필수불가결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현재 신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는 걸 금지하며 기존에 만들어진 순환구조를 해소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던 2018년,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모두 장외에서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냈다.
일단 그룹의 시총이 급상승한 시점,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한 현재는 투자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기 최적의 타이밍이란 평가를 받는다.
2018년은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회사들의 실적이 급락하던 시점이었다. 2015년 대비 2017년도의 현대차 매출액은 6% 이상, 영업이익은 50%가량 하락했었다. 위기 상황에 꺼내든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은 가뜩이나 수익성이 저조한 모비스의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또 분할비율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구조 개편에 당위성에도 물음표를 갖게 했다. 오너일가의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비쳐진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분할·합병, 사업부 이전 등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만한 복잡한 작업 대신 단순히 계열사간 지분을 사고파는 전략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는 평가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그룹사들의 실적은 매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각 계열사별 현금성 자산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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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말 개별 제무재표 기준 현금성자산이 1940억원에 불과하던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6조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아의 현금은 6057억원에서 2조6150억원으로, 현대글로비스는 1820억원에서 1조8150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2018년과 지금의 현대차그룹은 전혀 다른 기업이다"며 "개열사별로 분할할 수 있는 자산과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 사업군 등이 다양해졌고 각 회사의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어난 현 시점에선,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주주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거버넌스 개편은 정의선 회장의 지분 승계 작업과도 맞물려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궁극적으론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48%, 현대차 지분 5.57%를 수증하는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정의선 회장은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많지 않았다.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의 지분(2.7%)을 팔 개연성은 떨어지고, 기아·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등의 지분가치를 모두 합쳐도 정공법을 통한 승계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그 중심엔 현대오토에버가 있다.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변방 기업으로 여겨지던 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와 관제 시스템을 총괄하는 유일한 계열사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이를 통한 확장이 가능함과 동시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계열사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식시장에 먼저 반영됐다. 약 5년전 10만원대 머무르던 주가는 50만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역사상 저점인 2020년 3월(1만6650원)과 비교하면 약 30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로 인해 현대오토에버의 대주주(7.33%)인 정의선 회장의 지분가치 역시 수직 상승했다.
사실상 정의선 회장의 금고로 불리던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률은 현대모비스를 압도한다. 글로비스의 지난 3년 주가 상승률은 190% 수준으로, 현대모비스(111%)를 크게 앞선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20%) 정의선 회장에겐 모비스의 가치가 눌려있는 상황, 글로비스의 가치가 치솟는 상황이 최적의 시나리오란 평가가 나온다.
또 하나의 숨겨진 열쇠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이다. 다소 유동적으로 보이지만, 주주간계약에 의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오는 6월까지 기업공개(IPO)를 마쳐야한다.
AI 분야 집중을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 현금화에 힘쓰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투자 성과를 증명함과 동시에 로봇 상용화를 위한 현금이 필요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IPO를 성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글로벌 기업들의 올 한해 최대 화두가 피지컬AI인 점을 고려한다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단 평가다. 정의선 회장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요 주주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IPO와 지분승계, 그리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년 저평가 시달리던 현대차 그룹株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로 재조명
완성차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각인
시총 급등에 현금까지 쌓여…"주주반발 최소화 타이밍"
승계 자금 걱정 덜어낸 정의선 회장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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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급등에 현금까지 쌓여…"주주반발 최소화 타이밍"
승계 자금 걱정 덜어낸 정의선 회장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0일 15:2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