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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에도 급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책은행의 공적자금 회수 시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 정부가 국유재산 관리·처분 절차를 강화하면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HMM,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 지분의 매각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국유재산법상 국유재산으로 분류된다.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처분할 경우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보고·의결을 거쳐야 하며, 매각 규모가 커질수록 국무회의 보고 등 추가 절차가 요구된다. 국책은행이 보유한 주식이라 하더라도 시장 판단만으로 매각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정부는 국유재산 매각과 관련한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한 상태다. 전임 정부의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 이후 일정 금액 이상 자산 매각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 승인을 허용하는 기조로 전환했다. 공공자산 매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사실상 매각 판단 자체가 정부 승인에 종속됐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현행 국유재산 관리 체계상 50억원 이상 자산을 처분할 경우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보고·의결이 필요하고, 300억원 이상이면 국무회의 보고 대상이 된다. 매각 규모가 수천억원 단위로 커질 경우 사실상 정부와 국회 전반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국책은행들이 보유한 주요 상장사 지분 대부분이 이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이에 국책은행 내부와 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환경과 제도 여건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내 주식이 워낙 많이 오르면서 시장에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산은이나 수은 같은 기관은 주식을 자유롭게 엑시트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보유 주식이 국유재산으로 관리되면서 정부 기조에 그대로 묶여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구조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산은과 수은은 코로나 유동성 위기 당시 대한항공이 발행한 3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고, 이후 이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산은은 대한항공 지분 3%대, 수은은 2%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CB의 주식 전환 자체에는 제약이 없다. CB는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국유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환 이후 주식이 되는 순간 국유재산으로 편입되며, 이후 매각은 정부의 강화된 처분 절차를 적용받는다. 이로 인해 최근 주가 상승 국면에서도 실질적인 대한항공 회수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입장에선 모든 매각은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의 승인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어 회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자산 매각과 관련한 사안은 이미 정부 보고가 이뤄졌지만, 매각 시점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HMM 역시 유사한 제약을 받고 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약 7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HMM 시가총액이 19조원을 넘어서며 지분 일부만 매각해도 대규모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매각 방식과 시점을 둘러싼 판단은 제도 리스크에 가로막혀 있다. 금융권에서 "주가가 아니라 절차가 병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잠재적 회수 자산으로 거론되는 한화오션도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보유하고 있다. 주가 기준으로는 전환 이후 매각 시 3조원 이상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전환 이후 대규모 국유재산이 발생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업계에서는 "전환을 하더라도 당장 매각이 불가능하다면 장부상 평가이익 외 실질적인 의미는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주가가 전환을 자극하더라도, 전환 이후 출구가 막혀 있다면 회수 전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현재 자산 매각과 관련한 내부 검토와 보고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행 여부는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기조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급한 사안은 예외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승인 자체가 쉽지 않다"며 "지금은 회수 타이밍을 논하기보다 제도 환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현 국면을 공적자금 회수 전략의 구조적 시험대로 보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국유재산으로 편입된 자산은 정책과 정치의 시간표를 따른다. 주가가 고점인지 여부보다, 출구가 열려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현 제도 하에서는 국책은행들이 주가 랠리 국면에서도 회수 타이밍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수은 측은 "올해 하반기 벤처펀드를 출자할 예정"이라며 "PEF 출자금액도 전년 대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가 랠리에도 국책은행 투자금 회수는 정체구간
상장주식도 국유재산으로…50억·300억 기준이 병목
CB 주식전환 이후 매각은 정부 판단 영역으로 넘겨
"대한항공·HMM 회수 판단, 제도 리스크 부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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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