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NPS)이 역삼 센터필드와 스타필드 고양을 두고 서로 다른 방향의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센터필드는 매각을 통한 정리, 스타필드 고양은 리츠를 통한 재투자 가능성이 각각 거론된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두 자산을 바라보는 연금의 시선이 같지 않다는 점은 시장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개별 자산의 매각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라기보다, 향후 이 자산들을 어떤 구조로, 누구의 주도로 관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헤게모니의 재편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비교적 견고했던 국민연금과 이지스자산운용, 그리고 신세계프라퍼티 간의 관계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센터필드, 펀드 만기보다 빨라진 매각 논의 배경은
역삼 센터필드는 펀드 만기와 맞물린 자산이다. 당초 지난해로 예정됐던 만기는 한 차례 연장돼 올해 10월로 늦춰졌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GP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만기 도래를 이유로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만기만으로는 최근 논의 속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센터필드는 이지스 입장에서 운용 성과를 가장 명확하게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자산으로 꼽혀왔다. 취득 이후 자산가치가 상승했고, 감정평가를 통해 성과보수를 산정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센터필드 매각 논의는 이지스를 둘러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함께 거론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해외 사모펀드 힐하우스캐피탈을 상대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표 펀드의 성과를 조기에 확정해두는 것이 운용사 가치 산정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민연금 역시 센터필드에 대해서는 장기 보유보다는 회수 쪽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산가치가 일정 수준 회복된 데다, 국내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성도 함께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감정평가와 GP 교체, '이별 비용'을 둘러싼 셈법
센터필드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쟁점은 감정평가다. 감정평가는 단순한 절차를 넘어, 자산 가치 상승분을 기준으로 GP의 성과보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사실상 이지스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비용이 얼마가 될지를 가늠하는 지점이다.
매각 여부와 함께 GP 교체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된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센터필드 펀드를 이지스에서 캡스톤자산운용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성과보수 정산과 감정평가 기준을 두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스타필드 고양, 매각 아닌 리츠 재구조화 논의
스타필드 고양을 둘러싼 논의는 결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매각설이 먼저 확산됐지만, 실제 협의의 초점은 리츠 전환을 통한 재투자에 맞춰져 있다.
스타필드 고양은 국민연금이 이지스를 통해 우선주 형태로 약 50%를 출자한 자산이다. 투자 초기부터 다양한 회수 시나리오가 검토돼 왔지만, 최근에는 일반 기업공개(IPO)보다 리츠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스타필드 고양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국민연금과 재투자 방식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보다는 보유를 전제로 한 구조 재편에 가까운 논의라는 설명이다.
다만 보유가 곧 현상 유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센터필드에서 GP 교체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연금 내부에서는 스타필드 고양 역시 기존 GP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국민연금과 아직 공식 협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 나선 배경…갈등의 본질은 자산이 아닌 관계 재설정
이번 국면의 출발점으로는 국민연금의 시선 변화가 꼽힌다. 마곡 대형 개발 사업 등을 거치며 누적된 이지스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국내 부동산 투자에서 주도권을 보다 분명히 가져가려는 의지가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을 둘러싼 외부 변수들도 적지 않다. 최근 대형 도심(CBD) 개발사업 '이오타 프로젝트'에 포함된 오피스 개발 사업에서 기한이익상실(EOD)가 발생했고, 약 2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리파이낸싱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경영권 매각 논란까지 겹치며, 국민연금과의 관계 설정이 한층 민감해졌다는 평가다.
신세계의 움직임도 이와 맞물려 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고양 등 주요 리테일 자산을 묶은 '스타리츠'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 핵심 투자자 확보가 전제돼야 하고, 국내 시장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센터필드 매각 논란에서 신세계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선 배경 역시, 이지스와의 갈등 자체라기보다 연금과의 관계를 재정렬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이번 국면에서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과 이지스는 오랜 기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한 배를 탄 관계였다. 그러나 센터필드 매각과 스타필드 고양 구조 재편 국면에서 GP 교체가 공공연히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 관계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그 균열의 한가운데에 신세계프라퍼티가 놓여 있다.
취재노트
국민연금, 센터필드·스타필드 '투트랙'
스타리츠 구상한 신세계…연금 손 잡아야
힐하우스 매각과 맞물린 이지스 셈법은
GP 교체로 비화…갈등 본질은 주도권 싸움
국민연금, 센터필드·스타필드 '투트랙'
스타리츠 구상한 신세계…연금 손 잡아야
힐하우스 매각과 맞물린 이지스 셈법은
GP 교체로 비화…갈등 본질은 주도권 싸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2일 16: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