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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지주가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예상보다 빠르게 꺼내 들었다. 금감원의 정기 검사, 회장 연임 이슈, 행동주의 주주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개선’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BNK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융감독원은 BNK금융을 상대로 여신 집행 내역은 물론 업무추진비까지 포함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8일까지로 예정됐던 검사 기간도 이달 셋째 주까지 연장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개별 위법 여부를 넘어 연임 과정과 이사회 운영 전반을 함께 들여다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회계 적정성 점검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검사라는 의미다.
이런 국면에서 BNK는 주주추천 사외이사제 도입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 방침을 공식화했다. 관련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서도 주요 주주와의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지배구조 개선은 통상 내부 논의만으로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번엔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며 “외부 시선을 의식한 결정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과거 사례를 떠올리면 금감원이 왜 업무추진비를 꺼내 드는지 맥락이 분명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KB금융지주 검사 당시 금감원은 전산장비 교체 비용 문제를 계기로 사외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제재 수위보다 더 큰 파장을 낳은 건 사외이사 개인 책임론이 부각되며 이사회가 스스로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실제로 논란이 확산되자 사외이사들이 잇따라 사임했고, 이후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 전반이 재편됐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업무추진비 검사는 회계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과 판단력을 정조준하는 수단”이라며 “BNK 검사 역시 비용 그 자체보다 그 비용이 쓰인 맥락, 즉 이사회와 경영진의 관계를 보는 데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면에서 행동주의 주주인 라이프자산운용의 존재감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라이프운용은 지분 확대와 함께 이사회 진입을 요구해왔고, 최근 BNK의 조치에 대해선 “주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절제된 톤이지만, 내부에선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보다 ‘이사회에서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숫자보다 권한을 보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사외이사 ‘수’가 아니라 권한 배분으로 옮겨가고 있다. 감사·보상·지배구조위원회 등 핵심 위원회 참여 여부와 의사결정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배구조 개선의 실질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진짜로 보는 건 형식이 아니라 구조가 재발을 막을 수 있느냐”라며 “이사회 역할이 바뀌지 않으면 평가가 달라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BNK금융은 중장기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장 연임, 검사 기간 연장, 주총 일정이 한꺼번에 맞물린 시간표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분기점은 주총 이후다. BNK가 내놓은 조치가 시간을 벌기 위한 최소 대응으로 끝날지, 아니면 이사회 권력 구도를 실제로 바꾸는 신호가 될지는 이사회 내부에서의 역할 배분과 의사결정 방식에서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지방금융 관계자는 “이 시점의 변화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보여줘야 하는 선택에 가깝다”고 말했다.
연임·이사회·주총까지 겹친 시간표
‘보여줘야 하는 변화’에 몰린 지방금융
‘보여줘야 하는 변화’에 몰린 지방금융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