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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재계의 주인공은 단연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해도, 가까스로 관세의 파고를 넘어 위기를 극복한 기업으로만 여겨졌는데 국제가전박람회(CES) 개최 직후 주가가 수직상승하며 어느덧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주가가 매섭게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현대차가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만한 요인이 무엇인지, 막연한(?) 기대감을 걷어낸다면 불과 한달 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1위 기업 토요타(Toyota)와 늘 비교됐다. 자동차 판매량에서 압도적으로 현대차를 앞서는 토요타의 시가총액은 약 57조엔, 우리돈 약 530조원 수준이다. 주가수익배율(PER)은 약 10~11배 수준을 유지해 왔고 현재도 유사한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현대차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00조원,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늘 7~8배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PER은 토요타와 비등한 10배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제까진 한 번도 토요타의 PER에 근접하지 못했으나 불과 2~3주 사이에 토요타와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현대차 주가를 수직으로 끌어올린 건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다. 피지컬AI 기술의 상용화와 함께 로봇이 현대차의 생산 공정을 대체해, 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세계 완성차 기업,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는 기업들 가운데 대규모 양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곳은 사실한 현대차와 테슬라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전 세계 칩메이커들 역시 피지컬AI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양산 계획까지 선제적으로 발표하며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구체적으론 2028년까지 아틀라스 3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단 계획이다.
현대차가 그리는 장미빛 청사진은 앞으로 수년 간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점차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아틀라스의 실증과 양산, 현장에 투입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은 로봇의 생산과 투입과 관련해 노조가 “합의없인 단 한 대도 안된다”며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상태다. 칩메이커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부품 수급을 안정화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을 통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계량화한 수치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로봇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란 비전을 제시한 것은, 그룹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미래를 준비하겠단 확실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지금부터 수년 뒤 어떤 방식으로 현장에 나타나게 될 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과도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불과 5년전,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 질 것으로 여겨졌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은 조용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올해 아틀라스가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과 같이, 2020년 CES에서도 현대차는 개인용 비행체(PAV) ‘S-A1’을 선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PAV 개발을 신속히 완료하고, 2028년쯤 상용화를 목표”라고 발표했지만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래항공교통(AAM) 사업의 핵심이자 정 회장이 직접 영입한 신재원 전 사장은 지난해 고문으로 위촉되며 현업에서 물러났고, 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 안전품질책임자(CSQO) 모두 회사를 떠났다.
현대차의 미래 투자가 지속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업, 즉 완성차 판매에서의 실적이 뒷받침해야한다. 현대차그룹의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완성차 시장의 성장세는 이미 둔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진 중국과 인도 등이 전세계 완성차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했다면, 올해부턴 현대차의 제 1시장인 미국, 전세계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전동차(BEV, PHEV) 시장에 대한 전망도 유사하다.
1500원에 육박하던 고환율은 현대차그룹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해왔다. 관세 완화와 환율효과, 그리고 인센티브의 정상화 등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올해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으로 수년 간 지속할 수 있을진 장담할 순 없다. 완성차 시장의 전반적인 둔화, 미국 발 소비 심리 급변 가능성, 환율의 변동성, 고용 리스크 등 현대차 실적에 미칠 대외 변수들은 산적해 있다.
현대차의 갑작스런 주가 상승을,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차 주식 약 2조7900억원 규모를 순매도 했고,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2조83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인들의 차익실현을 도왔다. 기관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사업 방향성에 동의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주가가 너무 과열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 비중을 늘리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아틀라스의 발표 직전까지만해도, 현대차그룹의 피크아웃(Peak out)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컸다.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데,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과 비교해 현대차가 비교 우위에 설만한 요인들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달 초까지만해도 만년 저평가(?)란 꼬리표가 붙어있었던 현대차는 이제 전세계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싸지 않은 주식’이 됐다. 점점 이성을 찾아가는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적정가치’를 찾는데 집중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외 변수에 고스란히 노출된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자들이 가진 기대감을 실제 성과로 증명해야하는 과제가 중요해졌다.
창립 이래 신고가 행진은 처음
어느덧 기업가치 100조 기업으로
불과 한 달 전과 달라진 건'아틀라스'뿐
외국인 차익실현 앞장서 도와주는 개인들
어느덧 기업가치 100조 기업으로
불과 한 달 전과 달라진 건'아틀라스'뿐
외국인 차익실현 앞장서 도와주는 개인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3일 15: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