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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이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꾸리며 은행 6곳을 먼저 확보했다. 은행별 지분 참여 한도가 제한된 상황에서 다수 은행이 하나금융 컨소시엄에 선제적으로 합류하면서, 별도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는 은행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금융사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컨소시엄에는 하나금융을 비롯해 BNK금융(부산·경남은행), iM금융(iM뱅크),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JB금융(광주·전북은행) 등 은행 기준으로 총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화폐 연계, 지역 기반 결제 사용처 확대 등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사전에 하나금융이 '큰형' 역할을 자처하며 금융사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그 결과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서 다수 은행을 선점하며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이 치고 나가면서 다른 금융지주 컨소시엄들도 고민이 커졌다. 은행법상 은행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서 은행들이 50%+1주(사실상 51%) 지분을 가져야 할 경우 최소 4곳 이상의 은행이 필요하다. 이미 하나금융 컨소시엄이 은행 6곳을 확보한 만큼, 후발 컨소시엄이 은행을 추가로 모으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은행 수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M뱅크·기업은행 등 전국 단위 은행 7곳, 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5곳, 인터넷은행 3곳(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 등을 합쳐도 총 15곳 안팎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경쟁 관계인 만큼 동일한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각각 카카오·토스 진영과 연계를 바탕으로 독자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시중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당국이 복수의 컨소시엄 인가를 내주더라도 실제로 출범 가능한 컨소시엄은 많아야 2~3곳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분 15% 제한을 바꿔 주지 않는 한 은행들이 많이 들어와야 컨소시엄이 꾸려진다"라며 "은행법이 바뀌어야 할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차라리 하나금융 컨소시엄으로 은행들이 추가 합류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개별 은행의 지분율은 낮아지지만, 하나금융이 두나무–네이버 연합과 협력할 경우,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암호화폐 거래소, 결제·플랫폼 사용처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확장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도적으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 은행법이 은행의 타사 지분 보유를 15%로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금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해석은 여전히 엇갈린다. 다만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을 은행 자회사 업종으로 포함할 경우, 은행은 15%를 초과한 지분 보유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단일 은행이 51% 또는 100% 지분을 보유한 발행사 설립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져 소수 은행만으로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아울러 하나의 은행이 복수의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는 동일한 주주가 두 개 이상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이해상충 논란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제도 환경과 사업 성격이 달라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의 컨소시엄 참여가 다른 컨소시엄 참여를 배제하는 구조가 될지, 복수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할지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도는 향후 은행 자회사 업종 인정 여부나 당국의 컨소시엄 인가 개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기와 세부 내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은행들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MOU)를 통해 하나금융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향후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이밖의 지방은행 등 다른 은행들은 여기에 참여하는 구도"라며 "하나금융이 지방금융을 다수 포함시키며 먼저 판을 깐 만큼, 다른 시중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은행 6곳 확보…컨소시엄 주도권 선점
15% 지분 제한에 후발 컨소시엄 부담 커져
대형 시중은행 '한 판에 뭉치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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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