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철회 여파...올해 대기업 계열 IPO 전반 '우려 확산'
입력 26.01.26 16:05
李대통령 지적 이후 LS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신청 철회
HD현대로보틱스·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 계열사 긴장
명확한 기준 부재 속 정책·정서 리스크 확대에 위축 전망
  • LS그룹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기업공개(IPO) 추진을 포기하면서 대기업 계열사 IPO 전반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중복상장 문제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한 이후, 올해도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S는 26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들과의 오찬에서 LS에식스솔루션즈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 문제를 언급한 것이 주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중복상장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상장을 추진해온 LS에식스솔루션즈가 결국 상장을 포기하자, 자회사 상장을 준비 중이던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의 우려도 커졌다는 평가다.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이 시장 전반에 강한 시그널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가 2008년 인수한 미국 전선업체 슈페리어에식스를 기반으로 한 회사로, 국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법인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LS에식스솔루션즈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거래소 상장 심사 승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상장을 준비 중이던 그룹들과 주관사들은 LS에식스솔루션즈가 선례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물적분할 이후 상장이라는 명확한 쪼개기 상장이 아닌 사례가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쳐야 중복상장에 대한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결국 LS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 철회를 결정하며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계열사 상장 전반에 대한 보수적 판단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복상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 추진 자체가 여론과 정책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상장을 앞두거나 검토 중이던 대기업 계열사들도 일제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HD현대그룹 자회사인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쳤지만, 전형적인 물적분할 사례로 꼽히며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HD현대는 로봇 사업부문의 독립 경영을 명분으로 물적분할을 단행했고, 분할 이후 HD현대가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로 출범했다. 현재 HD현대의 보유 지분은 약 80%다.

    SK그룹의 SK에코플랜트 역시 잠재적 상장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SK㈜가 지분 과반을 보유한 구조인 만큼 중복상장 이슈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3분기 기준 SK㈜가 64.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했다가 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 추진을 멈췄던 한화에너지 역시 최근 구주 매각을 통해 지분 15%를 넘기며 상장 가능성을 다시 높였지만, 업계에서는 상장 시도가 어려워졌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모회사가 상장된 기업들 전반에서도 상장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문제는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보완을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LS에식스솔루션즈는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인 데다 상장을 위한 준비도 상당 부분 마친 상태여서 큰 무리 없이 상장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며 "대통령 발언 이후 곧바로 철회가 이뤄진 만큼, 정책 방향과 심사 기준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상장 추진을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