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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 1, 2위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합쳐질 경우 경쟁제한성이 강화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소액주주 보호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인수 구조를 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상장사 M&A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결국 모든 주주의 지분을 같은 조건으로 한 번에 사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어피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했고, 그해 12월 롯데렌탈 경영권 인수 소식도 알렸다.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만족할 수 있는 조건(주당 7만7115원)을 제시하는 한편 신주(주당 2만9180원)를 싸게 인수해 전체적인 인수 부담을 줄였다. 매도자와 인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어피너티는 작년 3월 롯데렌탈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르면 작년 상반기 중 심사가 끝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해를 넘겼고 지난 26일 기업결합 금지로 결론이 났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이 국내 렌터카 시장의 가격 인상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4년 8월부터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운영 중이다. 시장 정보가 더 많은 기업이 시정방안을 먼저 제출하면 공정위가 이를 고려해 최종 조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사 설립 등이 이를 통해 순탄히 이뤄졌다. 롯데렌탈 역시 이 제도를 통한 터라 적어도 조건부 승인이 날 것이란 시각이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결국 공정위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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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가 롯데렌탈 인수에 나섰을 때는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행정 공백 상태였다. 새 정부가 어떻게 꾸려질지 확신하기 어려운 터라 주요 부처들은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 현상 유지에 집중했다. 공정위의 심사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형식적 의견 교환만 이뤄지다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에야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는 사이 자본시장 지형도가 바뀌었다. 정부는 소액주주 보호에 집중하며 상법을 거듭 개정했고, 작년 7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됐다. 롯데렌탈 M&A는 대주주는 시장가보다 한참 높게 지분을 팔고, 이사회는 할인 증자를 결정하는 이례적인 구조라는 눈총을 받았다. 롯데렌탈 인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이런 형태의 거래는 시도조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변경 문제가 빨리 결론이 나지 않으니 롯데렌탈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도자 롯데그룹은 물론 인수자 어피니티도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애매했던 터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영업이나 비용 통제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여당이나 시장에서 문제를 제기할 만한 거래 구조를 짜면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상장사 M&A는 결국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고루 나누는 방식이어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코마케팅, 비올 등 상장사 M&A에선 경영권 지분 인수와 함께 소수지분들까지 모두 공개매수하는 전략이 활용됐다. 당장의 인수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사회적 비판 부담이나 거래 종결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부 여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 제도도 변수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롯데렌탈 인수와 같은 '물타기 전략'은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거의 대부분을 지분을 인수해 상장폐지까지 꾀할 만한 자금력이 있는 곳들만 상장사 M&A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신주와 구주 인수 가격차이가 나는 거래는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상장사 M&A 때는 정부 인허가 문제로 지연될 경우 경영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불허 결정이 사모펀드(PEF)의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거래는 PEF가 시장 수위권 업체를 잇따라 인수한다는 점 때문에 깐깐한 심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함으로써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며 강한 어조를 드러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PEF에 대해 엄격한 시각을 드러내 온 것도 변수로 꼽힌다.
한 공정거래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쳐져도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지 않음에도 승인을 내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하다"며 "공정위가 PEF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고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공정위, 롯데렌탈·SK렌터카 기업결합 10개월 만에 불허
경쟁제한성 우려…정책과 배치되는 거래 구조도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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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7일 14: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