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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가 ‘K자형’ 경기 속에 양극화가 구조화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 속에서 특히 M&A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이 수출 회복과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인수·합병 재개에 나서며 시장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M&A 시장은 우량 기업 부족과 투자 수요 저조로 여전히 활기가 부진한 상황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들은 올해 진행을 계획 중인 투자 건과 관련해 복수의 자문사와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환율 환경에서 크로스보더 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이미 추진 중인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이 고환율 국면에 상당 부분 적응한 데다, 다수의 IB들이 추가 환율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만큼 환율 자체를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크로스보더 딜이 다시 주요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고, 구조조정 기조가 두드러진 그룹들 역시 일정 수준의 여유 자금을 활용해 선별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출 위주 기업들은 오히려 고환율의 '이득'을 보고 있는 곳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한동안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이 주춤했지만, 산업 구조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대기업들의 M&A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논의 단계에 있는 거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그룹들은 반도체 투자 외에도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M&A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사들 역시 시장 분위기 변화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머니무브’와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이룬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M&A 수요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문사들 또한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시장 전반에 분주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출발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대기업 빅딜의 경우 준비 기간이 긴 만큼, 현재 논의·준비 중인 거래들이 진척된다면 연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어 올해 시장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기업들의 구조조정성 딜과 인수 준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DL케미칼은 최근 카리플렉스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카리플렉스는 그룹 내에서도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태림포장·전주페이퍼 등 그룹 내 제지 부문 사업의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동원그룹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가치 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해운회사 HMM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 검토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외에도 M&A 업계에서는 주요 대기업 그룹들의 추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은 크로스보더 딜을 중심으로 해외 자산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역시 주가 상승세와 함께 지배구조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그룹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과 주가 부진으로 시가총액 순위 변동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LG가 지난해부터 잠재 매각 자산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SK와 롯데처럼 이미 구조조정 기조를 보여온 그룹들 역시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SK는 아직 일부 딜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롯데 역시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은 계열사들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추가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글로벌 투자사 관계자는 “재벌 그룹들이 비핵심 자산과 저평가된 계열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성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촉발될 것으로 본다”며 “파운더가 보유한 기업은 물론 대기업 그룹에서 나오는 딜들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M&A 시장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산업군별로도 온도 차가 뚜렷한데,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사 등 성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업종의 기업들은 매각을 모색하고 있으나 투자 수요는 제한적인 분위기다. 오랜 기간 여러 투자자들과 접촉해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투자에 나설 여력 역시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해당 시장 역시 잠재 수요 자체는 존재하는 만큼, 중소기업 M&A 관련 중개(브로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를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회계법인들이 M&A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시장 참여자는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거래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국내 PEF 관계자는 “브로커 등을 통해 매각 검토 요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는데, 막상 검토해보면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이 적지 않다”며 “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들은 수요가 상당해, M&A 시장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M&A 재개 기대감…연초부터 준비 분주
고환율·고금리에도 크로스보더 딜 수요는 여전
중소기업 M&A는 우량 매물 부족에 ‘온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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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