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퇴짜 놓은 쿠팡 물류센터 리츠…산은 조기 회수 계획도 밀린다
입력 26.01.29 07:00
국토부 인가 지연에 유동화 구조도 '흔들'
해외LP, 우선주 수익률 한계 느껴 불참 가닥
물류센터 마스터리스·엑시트 구조 부담 여전
산은 투자 물류센터도 편입…회수 변수 될까
  • 쿠팡이 추진 중인 물류센터 리츠가 국토교통부 인가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며 표류하고 있다. 연초를 목표로 구조화와 투자자 모집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지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리츠를 전제로 짜였던 일부 금융 구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쿠팡에 저리(低利)로 시설자금을 공급해온 산업은행의 회수 시나리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명 '쿠팡 리츠'(알파씨엘씨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인천 메가 풀필먼트센터와 북천안 풀필먼트센터, 남대전 풀필먼트센터 등 3개 핵심 물류 자산을 편입해 약 1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인천 메가 풀필먼트센터는 지난 2020년 산업은행의 저리 시설자금 대출을 통해 개발이 진행된 자산이다. 해당 대출은 물류센터 유동화를 전제로 구조가 짜여 있었고, 리츠 편입 시 대출 회수가 병행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자산이 이번 리츠에 포함되면서 산업은행의 회수 시나리오 역시 리츠 성사 여부와 맞물리게 됐다.

    쿠팡 리츠는 쿠팡이 보통주 약 20%를 선투입하고, 나머지 80% 이상을 우선주 형태로 기관투자가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우선주 투자자에게는 연 6%대 중반 수준의 현금수익률과 내부수익률(IRR) 약 8% 안팎이 제시됐다.

    문제는 이 수익률이 현재 투자 환경에서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가(LP)들의 경우 안정성을 중시하면 대출을, 위험을 감수할 경우 보통주 투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우선주 구조는 위험 대비 수익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해외 LP들은 이번 딜에서 사실상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임대 구조 역시 투자자들의 부담 요인이다. 편입 자산들은 모두 쿠팡이 10년 책임임차(마스터리스)를 체결했지만, 이후 10년 연장은 임차인 선택 사항으로 설정돼 있다. 책임임차 기간 이후의 현금흐름은 확정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쿠팡 리츠 만기는 7년으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매각 시점 기준으로 남는 임대 기간은 약 3년에 불과하다. 책임임차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수자 입장에서는 장기 현금흐름의 가시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매각 시점에 누가 이 자산을 사갈 수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쿠팡이 제시한 회수(Exit) 방안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쿠팡 리츠는 향후 매각 시점에 물류센터를 현재보다 비교적 좋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구조가 짜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연 5%대 초반 수준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자산 가치를 산정한 상황이다. 

    최근 물류센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와 거래 환경을 감안하면 이러한 가정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매각 시점의 시장 여건에 따라 실제 회수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투자자일수록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편입 자산의 매입 단가 역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해당 물류센터들의 평균 매입 가격은 과거 유사 거래와 비교해 낮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 향후 유지·보수(Capex) 비용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를 두고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한 기관투자자는 "국내 토종 LP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고, 해외 LP들은 쿠팡이 제시한 수익률에 만족을 못 하는 상황이라 펀딩이 어렵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 논란 속에서 쿠팡 리츠는 국토부의 인가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일정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자산 가치의 적정성과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정성적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쿠팡과 계열사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점 역시 심사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츠 지연은 쿠팡에 자금을 공급해 온 정책금융기관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쿠팡은 적자 기업이라는 특성상 일반 기업 대출보다는 국책 금융기관 의존도가 높았고, 산업은행은 반포지점을 통해 저리 시설자금 대출을 제공해왔다.

    당국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쿠팡 예금 규모만 1조원에 이르는 만큼, 대출 상환 자체에 대한 단기적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류센터 유동화를 통해 연초에 회수 구조를 정리하려던 당초 계획과 비교하면, 리츠 지연으로 회수 일정이 밀린 것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히 한 건의 리츠 딜을 넘어 물류 자산 유동화와 정책금융 회수, 시장 신뢰가 맞물린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당장 회수가 막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계획했던 타이밍을 놓친 것은 분명하다"며 "담보대출만으로는 회수가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외부 투자자의 에쿼티 참여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 시장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