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전기차 메꿀수없는데"…괴리감 커지는 LG엔솔·삼성SDI 주가
입력 26.01.29 07:00
휴머노이드 로봇 뜨자 '2차전지株' 상승 랠리
전기차 부진에 적자 키운 셀사는 주가 괴리↑
셀3사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 사상 최대 전망
로봇·ESS 등 신규 공급처 찾아도 소화 못해
  •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이 국내 증시의 주요 테마로 부상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유관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부진은 여전하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새로운 배터리 사용처로 떠오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셀·소재사에 다시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로 기업 실적은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공급 계약 취소로 셀사 타격이 만만찮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신규 시장만으론 예상했던 수요를 충당하기 쉽지 않다. 사실상 시장 기대감이 주가를 높인 만큼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 사이에선 "상승장이 부담"이란 푸념도 나온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 주가는 크게 올랐다. 배터리 맏형 격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8일 전일 대비 5.51% 오른 4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최근 한 달 새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주가는 45% 솟았고 주요 2차전지 종목을 묶은 'KRX 전기차 Top 15 지수'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도 각각 36%, 20% 상승했다.

  •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자금 유입 덕을 봤겠으나 연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이 강력한 주가 상승 재료가 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외 기업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셀 공급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이날 주가가 솟았고, 삼성SDI도 현대차 '아틀라스' 셀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며 고점을 갱신했다.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과열 양상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거품론을 언급하는 분위기다. 셀사 모두 올해 실적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시장 규모가 큰 전방 전기차 시장 회복은 요원하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곤 있지만 전망에 기댈 뿐 계약 체결과 실적 반영까진 수년이 필요하다.

    특히 주가와 실적 간 괴리가 두드러진 곳을 중심으로 이런 우려가 큰 모습이다. 삼성SDI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방 전기차 시장을 공략했지만, 중국 기업의 공세와 LG에너지솔루션 대비 상대적으로 뒤처진 북미향 생산능력(Capacity) 확장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실적 흐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방 전기차 시장 부진에 유관 부문 사업 가치를 사실상 '0'으로 잡은 증권사도 여럿이다. 신규 시장 수요에 대응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은 연말 설치될 예정이라 실질적인 제품 출하와 실적 반영도 내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급했던 수천억원가량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덕분에 손실은 겨우 면했지만 회사가 그동안 생산한 파우치형 배터리가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며 제품 및 생산 전략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SK온은 사업 확장보다 생존 문제가 시급하다. 올해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63% 줄일 계획이고, 재무 및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단 구상이다. SK온도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 터라 각형 배터리 등 신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무적인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업계에서는 "장비 살 돈도 없는데 연구개발(R&D) 투자가 되겠냐"는 말이 나온다.

    이는 모회사 실적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조4061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4분기에 SK온의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 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4조2000억원의 손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휴머노이드 로봇용 셀은 당장 2차전지 기업 각각의 실적을 반전시킬 시장 규모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세대 배터리 수요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감은 높지만 전방 전기차 시장에 공급하려던 물량 대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실상 셀을 양산하는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배터리 사용량은 약 5kWh 정도로 전기차 대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원가 대비 배터리 비중은 1~2%로 예상되는 만큼 전고체를 비롯한 고효율 배터리 활용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양산 업체가 없고 이론과 양산은 또 다른 문제"라며 "기술 개발 등에 따라 실제 시장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ESS 역시 전기차 대비 규모가 작긴 마찬가지고, 시장 형성기인 만큼 향후 수요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개별 기업의 매출 증가와 성장 추이를 확인하는 데 적어도 2~3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 상당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했는데, 당장 미국 ESS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이 중국 셀사라, 향후 경쟁 우위를 어떻게 확보할지도 숙제다.

    결국 시장 자체의 배터리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전까지 2차전지 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ESS 배터리 공급 기대감에 셀·소재사 주가가 상승했을 때도 업계 내부에선 "순환매에 따른 일시적 상승장" 내지는 "실적 없는 거품"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실제 국내 셀사의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은 5년 전 대비 3배 수준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수요 부진에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드는 저가형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제품 전략을 변경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소재사 엘앤에프는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이 무산되는 등 전반적으로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ESS 모두 전방 전기차 고객사의 기존 발주 대비 규모가 작아 기업 모두 또 다른 공급처 찾기에 분주할 것"이라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신규 시장을 키우기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기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예상 수요에 맞춰 갖춰놓은 기술·생산 체계를 어떻게 전환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