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거래소-1은행 완화 검토에 업비트 탐내는 시중은행…속타는 IPO 삼수생 케이뱅크
입력 26.01.29 07:00
금융당국,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 조짐에
하나·우리 등 업비트에 '군침' 보이는 시중은행
업비트서도 1거래소-다자은행 필요성 부상
예치금 24% 업비트 의존…케이뱅크 부담 불가피
  • '1가상자산 거래소-1은행' 실명계좌 제도를 둘러싼 규제 완화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기업공개(IPO) '3수'에 나선 케이뱅크에도 증권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예치금이 일정부분 연동돼있는 까닭이다. 업비트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순간, 케이뱅크의 사업 구조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1거래소-1은행' 원칙의 완화 가능성을 놓고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소 하나당 은행 한 곳과만 원화 입출금 실명계좌 제휴를 맺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업비트, 국민은행은 빗썸, 카카오뱅크는 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 전북은행은 고팍스와 각각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그간 자금세탁 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단일 제휴 원칙을 유지해왔지만, 은행권과 업계에서는 제도적 경직성이 지나치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흐름 속에서, 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 방식 역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14일에는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 필요성이 언급됐다.

    시중은행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업비트로 쏠린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보적 1위 거래소다. 물밑에서는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업비트 제휴 가능성을 두고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다.

    업비트 역시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법인 고객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점에서 케이뱅크에만 묶여 있는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이어진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제휴 관계가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1거래소-다자은행' 체제가 허용될 경우 판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관계를 끊지 않더라도, 시중은행과 복수 제휴를 통해 선택지를 넓히는 것은 업비트 입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치금 분산은 불가피하다.

    케이뱅크의 부담은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케이뱅크 수신잔액은 약 30조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7조4883억원, 비중으로는 24%가 업비트 예치금이다. 

    과거 대비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설명이 뒤따르지만, 단일 플랫폼에서 유입되는 자금 비중으로는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업비트의 선택 하나가 케이뱅크의 유동성 구조와 성장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1거래소-다자은행' 체제를 허용할 경우, 업비트와의 제휴은행 후보로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거론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이미 업비트, 코인원 등과의 제휴를 목표로 신사업 전담부서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온 바 있다. 가상자산 실명계좌 제휴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디지털 수신 기반을 단숨에 키울 수 있는 통로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빗썸과 제휴를 시작한 직후 일주일간 유입된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은 약 1조7500억원에 달했다. 은행 입장에서 가상자산 제휴가 갖는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문제는 이 흐름이 케이뱅크의 IPO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2024년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전력이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약정 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도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를 의식한 듯 케이뱅크는 앞선 도전보다 공모주식 수와 공모희망가를 약 20% 낮추며 상장 완주 의지를 드러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업비트 의존도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번 증권신고서에서도 "두나무㈜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6년 10월 이후 당행 외 타 금융기관과 추가 제휴를 하거나 제휴를 종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핵심 전략적 파트너사와의 제휴 연장에 실패할 경우 플랫폼 경쟁력 약화와 함께 가상자산 예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인출돼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업비트와의 관계가 지금까지는 성장의 발판이었지만, 시장은 이미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를 중심으로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비트를 둘러싼 은행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며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케이뱅크로서는 시장 분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