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EX 독주 속 '절치부심' TIGER…ETF 선두 경쟁 올해 변수는
입력 26.01.29 07:00
'코스피 랠리'에 더 쏠린 선두 효과…점유율 격차 2%에서 6%대로
'해외·테마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공식 흔들…차별성 약화 지적도
"삼성과의 격차 좁힐지 더 벌어질지 가늠할 수 있는 올해가 분수령"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한때 2% 내외까지 좁혀졌던 선두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격차가 지난해 다시 벌어졌다. 시장 외형이 빠르게 커지는 국면에서 성장의 과실이 선두 쪽으로 더 집중되면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선두 추격의 발판을 다시 마련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1위 탈환이 당분간 기술적으로 힘들어진 가운데, 미래에셋 내부 분위기와 ETF 전략 변화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내부에서는 최근 ETF 사업을 둘러싼 업무 기조가 이전보다 한층 더 타이트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한 경쟁 하우스의 ETF 상품별 순자산 흐름을 일 단위로 점검 및 공유하는 내부 리포트 작업이 보다 세밀해졌고, 연금 계좌 등을 포함한 채널별 자금 이동도 이전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상품 성과나 단기 이슈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잔고가 어디에서 쌓이고 빠지는지를 관리하겠다는 기조가 내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내부 분위기 변화의 배경에는 두 하우스 간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2024년 말 기준 2% 내외까지 좁혀졌던 점유율 격차는 21일 기준 6% 이상으로 확대됐다. 

    최근 1년간 개별 ETF의 순자산 증가 추이를 보면 자금이 어디로 쏠렸는지도 비교적 분명하다. 순자산 증가 1위는 삼성의 'KODEX 200'으로, 1년 새 7조7636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순자산 증가액이 7조원을 넘긴 ETF는 KODEX 200이 유일하다.

    뒤를 이은 것은 미래에셋의 'TIGER 미국S&P500'으로 6조5910억원 증가했고, 삼성의 'KODEX 미국S&P500'도 4조1948억원 늘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TIGER 머니마켓액티브' 등 미래에셋 상품 다수도 상위 5개에 포함됐지만, 증가 폭만 놓고 보면 삼성의 대표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흡입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진 이른바 '코스피 랠리'와 '국내는 KODEX'라는 기존 브랜드 인식이 맞물리며,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 200'으로 자금이 더 빠르게 쏠렸다고 본다. 국내 ETF로 자금이 유입될 때 가장 먼저 선택되는 상품이 삼성이라는 인식이 재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삼성자산운용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다는 해석이다.

    또 기존 미래에셋의 강점으로 꼽히던 해외 대표지수 ETF 영역에서도 경쟁 환경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에서 삼성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는 TIGER'이라는 인식이 예전만큼 공고하지 않게 됐다는 평가다. 시장이 커질수록 양사의 강점 영역이 겹치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 우위가 희석됐다는 해석이다.

    테마형 ETF 부문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과거 커버드콜 ETF를 앞세워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힌 바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미래에셋 대신 중소형 운용사들이 테크·조선·방산 등 특정 산업·테마를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이 여전히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음에도, 시장을 끌고 가는 트렌드세터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업계 시각도 제기됐다.

    지난해 출시된 금현물 ETF를 둘러싼 평가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래에셋이 'TIGER KRX금현물 ETF'를 선보이자, 기초지수가 동일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과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카피캣' 논란이 제기됐다. 기존 미래에셋의 강점이었던 상품 차별화보다는, 미투 상품과 비용 경쟁 양상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지난해 국내·미국·중국 등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했고,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와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 등 일부 테마 상품은 30~4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커버드콜 ETF 역시 기초자산의 성장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분배 구조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삼성과의 격차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 역시 지난해 성과 자체는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트렌드를 먼저 만들고 차별화된 상품으로 시장을 끌고 가던 강점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차별화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되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운용사의 새로운 격전지가 된 연금 채널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지가 관건"이라며 "올해는 선두와의 경쟁이 이어질지, 아니면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할지가 판가름 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