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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2년여 전부터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고민해왔다. SK하이닉스가 한해 40조원 이상 순이익을 꾸준히 남길 것으로 기대되는데 계열 전반이 재무위기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초호황(슈퍼사이클)에 들어서며 SK하이닉스 연간 순이익 눈높이는 100조원 안팎까지 불어났고, 이를 그룹 내 유동성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복안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산들이 SK하이닉스 아래로 재편되는 등 방안이 거론된다.
27일 SK하이닉스는 AI 투자를 위한 법인 설립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 공시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을 결의하면 구체적인 설립 소재지나 지배구조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에선 미국 현지에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 자산을 관리하는 자회사가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SK하이닉스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사이클에 들어간 SK하이닉스 현금 창출력을 활용하면 그룹 내 재무 부담을 효과적으로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100조원대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텔레콤, SKC 등 주력 계열사 전반이 종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거나 적자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연말부터 미국 자회사 SK하이닉스아메리카의 그룹 내 위상도 크게 강화했다. 솔리다임이 완연한 흑자로 돌아서고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후 통합작업(PMI)이 마무리되자 최태원 회장이 해당 법인 회장직을 직접 맡기로 했다. 14년여 전 인수했던 SK하이닉스메모리솔루션즈 등 팹리스·연구개발(R&D) 회사도 이 시기 SK하이닉스아메리카 아래로 이관했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세우면 금산분리 규제나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롭고 국내에서 SK하이닉스가 직접 지분을 취득할 때보다 구조화 금융 활용도 자유로워진다"라며 "국내에 투자법인을 신설하면 곧바로 증손회사가 되기 때문에 운용 유연성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원래도 그룹 수뇌부 차원에서 SK하이닉스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SK그룹은 3년여 전부터 리밸런싱(구조 개편) 기조로 돌아서 부진한 신사업 정리와 재무적 투자자(FI)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각 계열사가 인수합병(M&A)으로 취득한 신사업 대부분은 뚜렷한 매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지주사 SK㈜가 보유하던 알짜 인프라 자산을 활용해 FI를 설득하거나 상환 협상에 나서는 과정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나 SK에코플랜트, SKC 등 계열 전반이 묵은 숙제를 전부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반 현금 창출력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매각 이후 가치가 급등하며 속을 끓인 경우도 전해진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재무 안정화 목적으로 미국 블룸에너지 지분 절반 이상을 매각했는데, 직후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난 우려가 불거지면서 가치가 폭등했다. 상당한 차익을 남기긴 했으나 중장기 그룹 AI, 반도체 전략과의 연계성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정이었다는 평이 뒤따랐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질 지배력, 지분율이 낮아서 SK스퀘어를 거쳐 배당을 위로 올리기도 힘든 구조"라며 "이 때문에 그룹 뱃머리 자체를 AI와 반도체로 틀고 계열사를 관련 밸류체인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해왔는데, 당장 재무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방식이어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그룹 내 투자 자산을 직접 취득할 수 있다면 계열사 재무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그룹 자원이 밖으로 새 나가는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조직된 현지 법인들을 활용해 현지 빅테크 고객사와의 협력 가시성도 높아진다. SK하이닉스아메리카는 지근거리에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AMD 등 빅 테크 고객사들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유동성 자체가 FI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SK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국내외 펀드나 IB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거시경제 변수나 각사 재무여건이 천차만별이라 협상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수천억원 규모 투자 유치나, 회수 문제를 두고도 적지 않은 잡음이 새 나왔다. SK하이닉스가 수 영업일 만에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인 만큼, 그만한 일에 반년 이상 협상을 이어가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신용도 방어나 SK에코플랜트 FI 협상 등에 수조원이 필요하다 가정해도 지금 SK하이닉스 현금 창출력에 비교하면 사소한 규모로 비친다"라며 "주주가 동의할 수 있고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SK하이닉스가 그룹 유동성 문제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 FI들에 끌려다닐 필요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그룹 유동성 공급원으로 비춰질 경우 주주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상법 개정 등으로 투자자 눈높이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본업 투자 우선 원칙이나 투자 수익성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회지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발행 주식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여서 주주 동의가 필요한 방식을 무리해서 쓰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현금은 쌓이는데 계열 재무위기는 진행형
美투자법인 활용시 국내규제 우회·기동성 확보 가능
재무부담 덜면서 알짜자산 매각시 기회손실도 방어
메모리 수익성 감안하면 중장기 FI 협상 레버리지 평
계열 우회지원으로 비칠 경우 주주 반발 부담도 거론
美투자법인 활용시 국내규제 우회·기동성 확보 가능
재무부담 덜면서 알짜자산 매각시 기회손실도 방어
메모리 수익성 감안하면 중장기 FI 협상 레버리지 평
계열 우회지원으로 비칠 경우 주주 반발 부담도 거론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8일 16: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