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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전례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데 고객 요구 물량이나 성능치는 계속 올라가서 선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연 실적 발표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메시지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단기 가격 변동을 좇는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 공급자가 주도권을 쥔 계약 산업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회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현재 메모리 시황에 대한 양사의 인식과 전망이었다. 필요 물량을 구하지 못해 웃돈을 주겠다는 고객사들이나 현장에 참석한 투자가들 모두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공급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메모리 수요 급증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여전히 양사와 고객사의 재고 수준은 정상 범위 아래에 머물러 있고, 계약가격이 올라도 구매 수요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물량을 확보하는 즉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양사도 제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판매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계약 구조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장기공급계약(LTA) 수요는 있었으나 비교적 느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편이었다"라며 "현재는 고객사와 강한 약정(commitment)을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기간도 수년 단위 장기 요구가 중심인데 원하는 만큼 공급을 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라 고대역폭메모리(HBM) 외 일반 D램, 낸드까지 전 제품 수급이 크게 타이트하다"라며 "다년간의 장기 공급 요청이 몰리고 있지만 선별적으로 대응하면서 그간 확보한 클린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사 모두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으나 현재 생산능력(Capacity)으로는 ▲고객사 요청을 전부 받아줄 수 없고 ▲주요 대형 고객사와 수익성을 기준으로 선별적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양사가 입을 모아 공급자 우위 시장임을 선언한 장면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HBM이건 범용 제품이건 양사 모두 올해는 완판 상태로 파악된다"라며 "앞으로 늘어날 캐파를 누구에게 언제까지, 얼마나 공급하느냐 등 운용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사정이 주주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적 발표를 전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자사주 소각과 특별배당을 실시하면서 명확한 주주환원 기조를 보이긴 했다.
그러나 당장의 현금 배분보다 반도체 설비와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 성격이 뒤바뀌고 양사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50%를 넘기게 된 만큼 CAPEX나 연구개발(R&D)에 투자했을 때 회사와 주주에게 더 큰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밸류업 수단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활용한 미국주식예탹증서(ADR) 발행 계획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긴 했으나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작년 결산실적을 바탕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했는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찍자마자 팔리고, 사가는 즉시 써야 하는 상황"
LTA 요청 몰려도 고객 요구 다 들어주기 어렵다
팹 증설 속도내겠지만…당분간 선별 대응 불가피
특별배당·자사주 소각·ADR 등 환원 고민도 지속
LTA 요청 몰려도 고객 요구 다 들어주기 어렵다
팹 증설 속도내겠지만…당분간 선별 대응 불가피
특별배당·자사주 소각·ADR 등 환원 고민도 지속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29일 15: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