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환 스틱 회장, ‘후계자 없는’ 승계 선택…시장에 남긴 과제는?
입력 26.02.02 07:00
취재노트
1세대 대표 도 회장의 '아름다운 용퇴(?)'
업계서 '아쉬움' 보이지만 비판적 시각도
'후계자 없는' 승계 택한 스틱의 미래는?
  •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 회장이 미국계 펀드 미리캐피털에 보유 지분 대다수를 매각하는 ‘깜짝 용퇴’를 밝히자 사모펀드(PEF) 업계가 술렁였다. 도 회장이 70세의 나이에 은퇴를 예고해왔고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까지 받으면서 조만간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결단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스틱은 또 하나의 ‘창업자 엑시트(exit·자금 회수)’ 사례를 남기게 됐다. 스틱이 어떤 승계 방식을 택할지를 두고 수년 전부터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가운데, 결국 스틱이 선택한 해법은 ‘후계자를 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도 회장과 오랜 기간 국내 PEF 산업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온 1·2세대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복잡한 심경이 전해진다. 업계 대선배가 떠난다는 아쉬움과 함께 착잡함도 느껴졌다. “사실상 돈 600억원에 회사를 넘긴 것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은퇴를) 예상은 했지만, 방식이 아쉽다”는 것이다.

    스틱이 선택한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스틱 경영진 내부에서도 직전까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이 알려진 뒤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대규모 파트너 이탈을 막는 것이 새 최대주주의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주인 없는 회사’가 반드시 내부 구성원들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일 오너의 영향력이 약해질 경우 파트너들의 자율성과 보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주인’이 돼 온 PEF 자신들이 이제는 피투자자 입장이 된 것이다.

    PEF는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뒤 엑시트에 나선다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PEF에 인수된 기업 재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너 기업 체제에서 발생하던 비효율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정부와 사회의 시선을 오히려 더 의식한 PEF들이 직원 처우나 복지 개선에 나서는 경향도 있다는 평가다. 단독으로는 어려웠던 신규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을 도모한 결과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도용환 회장은 스틱을 국내 대표 사모펀드로 키웠고 크레딧 펀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지만, 해외 진출이라는 과제는 끝내 풀지 못한 숙원으로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미국계 운용사인 미리캐피털과의 협력이 스틱의 글로벌 확장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양측이 제시한 중장기 목표에는 ‘북미 기관투자자와의 협업을 통한 투자자 기반 글로벌화’가 포함돼 있다.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차세대 인재들 입장에서도 오너의 '아름다운 용퇴(?)'가 과연 부정적인 일인지는 따져볼 문제라는 시각이다. MBK 등 이미 조직이 크고 고도로 시스템화된 운용사의 경우, 젊은 인력들 사이에서는 ‘2인자 승계’ 논의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차피 우리는 그 서클에 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적 네트워크가 핵심 자산인 PEF 업계 특성상 이런 인력들은 대형 운용사에 남아 정해진 역할을 수행할지, 독립해 직접 딜을 하며 역량을 키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물론 ‘주인 없는 회사’ 체제가 PEF의 구조적 안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운용 인력들 입장에서는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은 성과보수(캐리) 구조 등에서 큰 변화가 없겠지만, ‘소프트랜딩’ 이후 인사와 보상 체계에 외부 주주가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러모로 이번 변화는 스틱 한 곳의 문제를 넘어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된다. 도 회장의 은퇴를 두고 업계에서는 “LP들은 특정 인물의 리더십과 그 명맥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뢰를 보고 자금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실제 LP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스틱 측이 주요 LP 고위 관계자들에게는 공식 발표 전후로 구두 보고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정식 공지는 발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사라는 특성상 지분 매각과 관련된 사안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런 절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다른 운용사들의 경우에는 대형 변화에 앞서 LP들과 장기간 논의를 이어가며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던 사례가 있다.

    일부 LP들 사이에서는 스틱의 정체성이 앞으로 해외 GP인지, 국내 GP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운용 측면에서는 이미 도 회장이 펀드 운용에 직접 관여해온 구조는 아니었고, 각 부문 대표와 더불어 곽동걸 부회장이 중심 역할을 해왔던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기존 펀드의 정관상 최대주주 변경 문제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운용사 지분 과반 매각이나 외국계 자본의 GP 인수, 최대주주 변경 등 이른바 ‘체인지 오브 컨트롤(Change of Control)’ 사안에 대해 LP들의 정관 조항이 더욱 세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투자가 이슈가 된 이후, 국민연금이 적대적 인수합병과 관련한 새로운 조항을 펀드 정관에 삽입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