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크레딧 경쟁 본격화에 외형 키우는 EQT·프랭클린템플턴
입력 26.02.03 07:00
HOUSE 동향
사모크레딧 펀드, 시장 규모 커지자
시장선 리스크 줄이려 운용사 옥석 가리기
인수·통합으로 외형 넓힌 외국계 운용사들
국내 크레딧 펀드들은 한계 있단 시선도
  • 사모크레딧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운용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은행 대출 대안으로 출발했던 사모크레딧이 기업 신용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이제는 운용사 간 외형과 플랫폼 경쟁으로 국면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사모크레딧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다루기 어려운 투자 영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재무약정을 강하게 설정하거나 상환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해야 하는 딜, 자체 신용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견·비상장 기업, 회수 기간이 길어 금융회사 북(Book)에 부담을 주는 거래들이 주된 투자 대상이었다. 

    감독당국의 규제와 내부 심사 부담이 있는 은행과 투자은행(IB) 입장에서는 '먹을 것은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딜'이었다. 그리고 그 공백을 사모크레딧 펀드들이 메워왔다. 사모크레딧 시장은 글로벌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더 이상 틈새 대체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규모에 이르렀다.

    시장 외형이 커지면서 대형 운용사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최근 EQT파트너스는 콜러캐피탈 지분 100%를 약 32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콜러캐피탈은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다. EQT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모크레딧과 세컨더리 딜을 핵심 축으로 편입했다. 

    프랭클린템플턴 역시 산하 대체 크레딧 운용사인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BSP)와 알센트라를 단일 BSP 브랜드로 통합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직접대출과 구조화 크레딧, 부동산 부채 등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BSP–알센트라 통합 발표가 EQT의 콜러캐피탈 인수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모크레딧 시장에서 대형 운용사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단 설명이다.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며 운용사 간 성과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어떤 운용사'인지 여부가 회수 성과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단 것이다. 대형 운용사들은 선제적으로 외형을 키우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하우스들의 경쟁은 아시아 시장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BSP는 한국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협력하며 프랭클린템플턴 서울 오피스 내 전담 조직을 통해 한국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KKR도 최근 아시아 전용 사모크레딧 펀드를 조성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사모대출 시장에서 전략적 투자자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사모대출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사학연금과 행정공제회 역시 관련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통 채권만으로는 수익성을 충족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변동금리 기반의 사모크레딧이 대안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김정민 BSP-Alcentra 매니징 디렉터는 "사모대출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운용사의 운용 역량에 따른 성과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사모 크레딧 전문성과 검증된 트랙 레코드, 일관된 투자 원칙, 글로벌 감각과 인프라를 갖춘 운용사와의 파트너십이 향후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사모대출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크레딧 펀드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크레딧 펀드들은 대기업 관계 기반 거래에 의존해 온 측면이 강하고, 증권사의 IMA·발행어음 확대와 은행의 중기 대출 강화 기조 속에서 시장 파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 IB 관계자는 "국내 크레딧펀드의 LP 풀은 내수 기반으로 보수적이어서 대기업 그룹사 연계 거래나 하방이 보장된 구조에 기대 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도 기존 크레딧 모형의 경계를 넘어 중기 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