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JV 청산에 4조 손실…가동률 50%대 LG엔솔·삼성SDI 피해갈 수 있나
입력 26.02.03 07:00
JV 청산으로 드러난 배터리 공장 가치 하락
가동률 50%대…SK온만의 문제는 아니란 평
LG엔솔·삼성SDI도 부담 현실화 가능성 거론
  •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JV)을 청산하면서 작년 4분기 4조원 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포드에 넘긴 켄터키 공장의 실질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낮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회계적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는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지 따져보고 있다. 공장 가동률 자체는 SK온을 포함해 3사 모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SK온은 작년 12월 미국 포드와 합작한 배터리 생산법인 블루오벌SK를 청산했다. JV 지분을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에 집중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었다. 11조원에 달하는 블루오벌SK 부채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들고, 230GWh에 달하던 생산능력(Capacity)도 180GWh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회사는 지난 28일 이 과정에서 인식한 손상차손이 3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켄터키 공장을 넘기는 과정에서 자산 가치를 재평가해, 낮아진 금액만큼을 장부가액에 반영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회계적 비용일 뿐 현금이 빠져나간 건 아니지만 SK온은 지난 4분기에만 4조15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어차피 반영해야 할 비용이니까 JV 청산으로 운영 구조가 바뀔 때 빅배스(부실자산 일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SK온 캐파를 줄이는 등 자산 구조를 가볍게 하는 작업을 계속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유 캐파의 실질 가치를 방어하기 힘든 사정이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공장 등 자산의 장부가액이 회수가능액을 웃돌 경우, 해당 자산에 대해 손상차손을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년째 가동률이 저하된 공장들은 현금흐름 전망이 나빠진 만큼 회수가능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드가 당초 계획한 수준의 전기차 판매를 달성하지 못한 데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JV도 청산하고 관련 자산 가치를 현실적 수준으로 조정한 셈이다. 

    SK온의 지난해 3분기 평균 가동률은 약 52.3%였다. 전체 배터리 셀 생산량의 60~70%가 현대차 몫임을 감안하면 포드와 함께 꾸린 공장의 가동률은 50%를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가동률에서는 회사 의지와 무관하게 회계감사 과정에서 방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의 현금창출력에 구조적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LG엔솔과 삼성SDI의 가동률은 각각 50.7%, 49.0%로 집계됐다. 공장별 편차는 있겠지만 평균치로 보면 SK온과 큰 차이가 없다. 양사 모두 올해까지 캐파가 확대될 예정인 반면 북미 전기차 시장은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당장 가동률 저하만으로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회계적 비용 부담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이나 스텔란티스 등 LG엔솔, 삼성SDI와 JV 파트너십을 맺은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판매실적을 감안하면 가동률 걱정이 여전하다. 당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텐데 점점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LG엔솔이나 삼성SDI가 SK온에 비해 보유 캐파가 크기 때문에 캐파를 줄이거나 선제적으로 비용 처리에 나서는 등 지적이 계속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