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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사 리서치 업계에서 금융 섹터 분석의 중심축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5000·코스닥 1000' 시대가 열리며 국내 증시 강세 국면이 이어지자, 금융주 내부에서도 업종별 체감 온도가 갈리면서 리서치의 무게중심 자체가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리서치 현장에서는 일부 하우스가 금융 담당 연구원들에게 "은행보다 증권을 먼저 보라"는 내부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증권사 관련 스터디를 강화하고, 업계 관계자 미팅도 늘리면서 증권 섹터를 보다 비중 있게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금융 섹터 리포트가 기준금리 방향성과 대손비용, 배당성향 등을 중심으로 은행주 분석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증권 거래대금 흐름과 주식·ETF 자금 유입, 연금·WM 채널 경쟁력, 종합투자사업자 관련 제도 변화 등 증권사 분석이 앞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급변한 증시 환경이다. 지난해 6월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온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이어, 이달 들어 코스닥까지 고점을 경신하면서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증시 활황 속에서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수익과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자기자본 운용 손익이 동시에 개선되는 구조인 만큼,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연초 대비 35.6% 오른 2125.78을 기록 중이다. 반면 KRX 은행지수는 연초 1297.13에서 1422.66으로 약 9.7% 상승에 그쳤다.
자금 흐름 변화, 즉 머니무브 역시 이러한 리서치 업계의 시선 이동 이유를 보다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코스닥마저 4년 만에 1000선을 넘어서자, 은행권 요구불예금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코스닥이 1000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16조원 넘게 감소했다. 26일 하루에만 약 10조27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0조2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약 18조원 늘어난 규모로, 증시 대기성 자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단기 현상을 넘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연금과 절세 계좌 역시 증권사 쏠림 현상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ISA와 DC·IRP 등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펀드·채권 등 투자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 구조가 증시 상승 국면과 맞물리며 적립금 증가 속도에서 은행을 앞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친(親)자본시장 정책 기조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등으로 이어지는 제도를 추진하면서 증권사의 자본시장 조달·운용·중개 기능이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반면 은행은 가계대출 관리와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기존 핵심 수익원에 제약이 늘어나며, 단기 모멘텀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은행주 주가를 견인했던 주주환원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점도 리서치 무게중심 이동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리서치 업계는 증권업을 일방적인 주도 업종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는 구조적으로 시장 민감도가 높은 업종인 만큼 거래대금 감소나 변동성 확대 시 실적 가시성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자기매매·파생·레버리지 사업 비중이 높은 하우스일수록 손익 변동성도 크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와 대체투자 익스포저 등 잔존 리스크 역시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대형 증권사의 건전성 규제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융시장 위기 시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기자본 대비 대규모 조달과 운용을 허용하는 현행 구조가 레버리지 증가라는 기본적인 위험 신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금융 연구원은 "정책과 증시 환경 변화로 은행보다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증권사 중심의 완전한 산업 재편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며 "글로벌 변동성 국면에서 거래 환경과 정책 속도에 따라 금융업 내 업종 간 온도차는 언제든 다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 랠리에 금융주 내부 온도차…리서치 무게중심 '은행서 증권' 이동
KRX 증권지수 연초 대비 +35%…거래대금·자금유입 따른 실적 기대 반영
"변동성·레버리지 리스크 상존…내·외부 변수 따라 증권사 조정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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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1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