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증액 '턱걸이' 한 하나금융…KB·신한 '가혹한 밸류업' 되나
입력 26.02.05 07:00
하나금융, 배당총액 10% 확대…분리과세 요건 '딱' 맞춰
하나 DPS 14% 늘렸는데…KB·신한은 '20%대 증액' 부담
자사주 소각은 인정 못 받는 기준…금융지주들 전략 혼선
정부 주도 밸류업 종착역은 결국 '비과세배당'?
  •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율을 나날이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배당소득 분리과세' 승부수를 던졌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하나금융이 요건을 '딱' 맞춰 통과하면서 KB·신한금융이 기말배당을 큰 폭으로 늘릴지, 아니면 내년 '감액배당' 전환을 통해 판을 엎을지 이목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IR에서 2025년 총현금배당을 전년 대비 정확히 10% 늘린 1조1178억 원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제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고배당 기업) 요건인 배당총액 10% 증액이라는 조건을 턱걸이로 맞춘 것이다. 25% 이상이 조건인 배당성향은 27.9%로 결정됐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지난해 연간 주당배당금(DPS)을 전년 대비 14%나 끌어올렸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할 때 하나금융은 타 지주사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던 덕분에 배당 확대라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2024년 금융지주별 연간 DPS는 KB금융이 3174원, 신한금융이 2160원, 하나금융이 3600원으로 하나금융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 또한 같은 기간 하나금융이 27.2%로 가장 높았고, KB금융은 23.6%, 신한금융은 24.45%로 25%를 밑돌았다.

    하나금융이 가장 먼저 배당소득 분리과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내놓을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미 자사주 소각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고배당 기업 요건을 충족하려면 지난 2025년 연간 DPS를 전년 대비 무려 23~26% 이상 크게 늘려야 한다.

    정부의 분리과세 기준이 자사주 소각을 반영하는 대신 현금배당 총액을 잣대로 삼으면서 전년 대비 DPS를 20% 이상 큰 폭으로 늘려야만 '고배당 기업'의 출발선에 함께 설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이미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을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경우 자칫 '고배당 기업' 대열에서 제외됐다는 시장의 부정적 인식을 얻을 수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컨퍼런스콜에서 '비과세배당(감액배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총 결의를 통해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 세금 없이 배당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다. 올해 3월 주총에서 결정하더라도 혜택은 2026년분(2027년 신고)부터 적용된다. 즉, 당장 올해 초 수령하게 될 2025년 결산 배당에 대한 세제 혜택은 사라지게 된다.

    금융지주 일각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2025년 1~4분기 배당이 아닌 4분기 결산 배당에만 한정될 경우 차라리 무리한 증액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PBR 상황에서 단행한 '자사주 소각' 노력이 배당총액 기준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 섞인 토로란 해석도 나온다.

    결국 DPS를 큰 폭으로 늘려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할지, 아니면 2025년 배당분에 대한 혜택을 포기한 채 내년 감액배당으로 직행할지가 오는 5일로 예상된 KB·신한금융 실적발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 '맏형'인 KB금융과 신한금융 또한 4분기 결산배당을 확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매년 '전년 대비 10% 증액'이라는 쉽지 않은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감액배당 제도를 도입하며 주주환원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감액배당은 이익이 아닌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배당 증가율' 규제에서 자유롭고, 주주에게는 실질적인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매년 현금배당 총액을 늘려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남는 재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더 공격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역시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시사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현재 기준으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과 더불어 감액배당 도입 검토가 병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향후 주주환원 정책의 중심축이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더욱 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면서 결국 정부 주도 밸류업 정책의 끝은 '비과세 배당'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저PBR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에 집중해 왔던 금융지주들이 올해 단기적으로 배당을 확대하면서 부담이 커진 걸 내년에 10% 늘려야 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최근 자사주 소각에 집중해 왔던 전략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분은 배당 총액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소각을 많이 할수록 현금배당 총액 10% 증액 요건을 맞추기 위한 DPS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4분기에 배당을 몰아서 요건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당장 내년에 '올해보다 10%를 더 늘려야 하느냐'는 고민이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금융지주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게 되면 더 이상 전년 대비 10% 증액이라는 기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다"며 "결국 올해의 무리한 증액은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단기 처방일 뿐, 내년부터는 다시 자사주 매입·소각에 힘을 싣는 전략적 믹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