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바이오 투자 부담 속 공모채 조달 복귀
입력 26.02.06 07:00
2024년 1월 이후 2년만 공모 회사채 발행
"미매각 가능성 낮지만…금리 수준 부담"
중장기 성장 동력 바이오…추가 투자 필요
  • 롯데지주가 2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으로 복귀한다. 그동안 사모 신종자본증권과 기업어음(CP)을 중심으로 조달 전략을 이어왔지만, 바이오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면서 중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단기성 차입 비중을 조절하고 만기 구조를 장기로 가져가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A+)는 2년물 9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를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주관사단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 수요예측, 3월 5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롯데지주의 공모채 발행은 지난 2024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롯데지주는 그간 사모 회사채, 사모 신종자본증권, CP 발행 등을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만 CP 발행 규모가 58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단기 유동성 조달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과도해졌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금리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CP 중심의 조달 전략을 지속하는 데 따른 부담이 누적됐다는 평가다.

    이번 조달은 연말 인사를 통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교체된 이후 추진하는 첫 회사채 발행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임 CFO인 최영준 재무혁신실장은 롯데쇼핑에서 재무를 총괄해 온 인물로, 2024년부터 롯데지주에 합류했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 경험을 쌓아온 만큼 지주사 차원에서 조달 구조를 재정비하고 중장기 재무 전략의 틀을 다시 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용도 측면의 부담도 변수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6월 신용등급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계속되는 영업적자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그룹 내 통합신용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주사라는 점에서 수요 기반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주관사단을 대형화한 데다 지주사 발행이라 미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이후 첫 공모채인 만큼 금리 수준은 부담을 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롯데지주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1300억원 수준으로 단기적인 차환 부담은 크지 않다. 대신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신사업과 관련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출자한 금액만 6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 대규모 위탁개발생산(CMDO)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으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2월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27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2000억원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를 위한 주금 납입 용도로 투입됐다. 자본성 조달을 통해 재무지표를 방어하는 동시에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5%대로 금리가 높은 데다 반복적인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공모 회사채를 통한 보다 전통적인 중장기 조달이 다시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외에도 주요 사업 전반에서 투자 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엔지니니어링플라스틱은 전남 여수 율촌산업단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드 공장을 설립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인공지능(AI)용 고부가 회로박 등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 사업도 본격화한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의 합작사인 롯데SK에너루트는 2024년 첫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인 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를 준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