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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원자력 협력을 논의하면서 국내 원전 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원전 건설 역량이 AI 전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워싱턴DC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미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민간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관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국내 참여 기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팀코리아가 꾸려질 예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원전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거론돼 직간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4년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렸다.
미국은 AI 패권 확보를 위해 작년 5월 원전을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규정했다. 현재 약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고 신규 원전 10기를 지을 계획이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산하 매체 스펙트럼에 따르면 챗GPT의 작년 추정 연간 전력 사용량은 310GWh다. 미국 가정 약 2만9000가구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전체 생성형 AI로 확장할 경우 연간 15TWh의 전력이 사용되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2대의 연간 발전량에 맞먹는다. 2030년에는 347TWh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며 44대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이 원전을 지을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 내부 역량만으로는 확대가 어렵다. 이미 전력 공급이 부족해 데이터센터 여러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가동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미국에서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거란 전망이다. 과거 UAE 바카라 프로젝트 등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충분한 수익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전은 오랜 적자와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투자 여력이 약화한 데 따른 아쉬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란 평가다.
NH투자증권은 "미국은 디벨로퍼부터 시공사까지 밸류체인 전반이 붕괴된 상태다. 한국전력 중심 팀코리아의 미국 원자력 발전 시장 참여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 첫 삽을 뜨는 대형원전 프로젝트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전력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라 분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미국 원전 수주로 국내외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대형 원전과 SMR 주기기 모두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두산뿐인 만큼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을 담당할 건설사 또한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에 해외 원전 시공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이다. 본계약 체결이 임박한 대우건설까지 포함하면 팀코리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는 세 곳으로 늘어난다. 대우건설은 체코전력공사와 두코바니 5·6호기 원전을 수주한 팀코리아의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말 민간 에너지 개발사 페르미 아메리카와 미국 대형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대형 원자력발전 사업의 기본설계를 맡는 최초의 사례다. 올해 상반기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연되고 있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EPC 계약은 연초 미국과 불가리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유럽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힘쓰고 있다. 플루어, 뉴스케일파워, 사전트앤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세 곳과 기본설계를 맡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I 수요 확대가 메모리·인프라·전력 수요를 연쇄적으로 키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경쟁력을 잃은 조선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의 역량이 필요하듯 원전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AI 수요 급증에 미국 원전 역량 한계
한전 중심 팀코리아, 미국 진출 가능성
논의 초기 단계…참여 기업 검토중
한전 중심 팀코리아, 미국 진출 가능성
논의 초기 단계…참여 기업 검토중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