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버는 기업 좋게 보더라"…거래소 심사서 중요해진 '수출'
입력 26.02.11 07:00
거래소 심사 기조 변화 두고 기업들 관심↑
지난해처럼 '매출' 중심 사업성 중요할 듯
고환율 속 해외 매출 실적도 키워드로 부상
거래소 "수출우량기업 이미 우선심사 대상"
  • 한국거래소의 연초 정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상장예비심사 기조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혁신기술 기업 지원 방침에 따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의 상장 도전 기회가 우선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매출 등 사업성을 중점적으로 보는 심사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이미 한국거래소가 사업성을 얼마나 깐깐하게 따져볼지를 두고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몇몇 기업 관계자와 상장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한국거래소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거나, 이와 관련한 사업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공유되는 모습이다.

    연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는 AI 기업 상장 담당자는 "올해도 상장 심사 과정에서 매출 요건이 중요하다는 전망이 많아 주관사와 논의해 해외 매출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수 시장의 경우 기업 가치가 1조원에 그치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장성을 입증하면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거래소가 이른바 '달러 벌이'가 가능한 기업에 상장 문턱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시장 상황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 매출이 탄탄한 기업에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리는 움직임이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벤처투자사(VC)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달러를 많이 버는 회사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이야기가 상장 준비 기관, 기업 사이에서 돌면서 해외 매출에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며 "특히 AI 기업의 경우 해외 매출까지 붙이면 상장 심사 자체는 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해외 매출 실적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려는 기조가 강화되진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이전부터 수출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내부 조항에 따라 우선 심사를 진행해 왔다. 최근 사업 연도를 기준으로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벤처 기업이라면 수출 우량 기업으로서 우선 심사 대상이다.

    한국거래소가 외화 벌이 기업을 우대하려는 움직임은 정부의 한계 기업 퇴출 기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지 조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 매출액 등을 요구했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기반으로 상장한 기업들도 유예기간이 지나면 이런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년간담회를 열고 상장폐지 심사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기업 영속이 어려운, 이른바 '좀비 기업' 솎아내기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날 1000원 미만의 상장 주식인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부실 기업 퇴출 움직임에 함께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강화된 상장폐지 조건이 적용되는 첫해인 만큼 상장 심사 기조도 이런 기준 강화와 완전히 방향을 달리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거래소가 정기 인사를 마치면서 상장 업무 담당 인력들이 대거 교체된 만큼 당분간 기존의 심사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